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송죽리 한 마을의 하천 모습. 하천 물이 누런 색깔을 띠고 있다. (제공: 인근 주민) ⓒ천지일보 2018.8.29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송죽리 한 마을의 하천 모습. 하천 물이 누런 색깔을 띠고 있다. (제공: 인근 주민) ⓒ천지일보 2018.8.29

주민들, 축사 및 비료(퇴비·액비)공장 악취저감대책 촉구

나주시 관계자 “신고 대상 악취배출시설지역 선정 필요”
업체 측 “악취 저감 위해 인력·설비 투자하고 있지만 ‘역부족’”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김도은 기자] “축산 분뇨 악취에 10년간 시달렸다. 제발 사람답게 살고 싶다.”

축사 및 비료(퇴비·액비)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전남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에 100여 가구 주민들이 지난 10년간의 고통을 이처럼 호소했다.

전남 나주시는 돼지·소·오리 등 대규모 축산 농가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왕곡면·공산면·봉황면·혁신도시 등 시 전반에 축사 및 비료(퇴비·액비)공장이 들어서면서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 한 마을회관에 주민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본지 기자 및 대한기자협회 나주지회장과 나주시 관계 공무원 앞에서 하나같이 “지난 10년 동안 악취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많고 스트레스, 우울증으로 병까지 얻은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연세도 많고 온통 환자인데 큰 걱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마을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근처에 가축분뇨재활용업소는 물론 산업폐기물처리업체까지 밀집해 있어 이 지역은 물론 공산면 금곡리·남창리 일대까지 악취, 분진 등으로 심각한 건강상 위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주민·나주시·업체 측 모두 지난 10년간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이 고향인 김모(80, 여)씨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돼지 분뇨가 흘러넘쳐 냄새가 진동해 코를 잡고 다닌다”며 “요즘 같은 땐 무덥기도 하고 더 심한 것 같아 이 회관에 단체로 모여와 지내고 있다. 옷에 냄새가 배여 어디 나가면 창피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송죽리 한 마을의 하천 모습. 하천 물이 누런 색깔을 띠고 있다. (제공: 인근 주민) ⓒ천지일보 2018.8.29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송죽리 한 마을의 하천 모습. 하천 물이 누런 색깔을 띠고 있다. (제공: 인근 주민) ⓒ천지일보 2018.8.29

앞서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시장·면장 등과 업체 측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뚜렷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급기야는 다들 이사 갈 생각까지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날 마을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시장의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한 주민 의견 청취 ▲나주시의 빠른 악취원인규명 ▲CCTV촬영을 통한 무단 투기 방지 및 감시 ▲주민들의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 투입 등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모(70대, 남)씨는 “제발 냄새를 좀 없애 달라. 명절이 곧 돌아오지만 걱정이 앞선다. 미안해서 바로 얼굴만 보고 자식들을 돌려보낼 계획”이라며 “악취가 수시로 코를 자극하고 아침·저녁, 바람 부는 날, 비 오고 흐린 날이면 흘러나온 폐수·썩는 냄새가 더 진동한다. 거기에 대형차량이 질주하면서 길가에까지 분뇨를 흘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모(70대, 남)씨도 “그동안 썩는 냄새가 나서 시청에 신고해도 묵묵부답인 실정”이라며 “나이 많은 우리는 그러잖아도 질병에 약한데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나주시는 악취방지 원인을 밝히고, 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악취저감 대책을 빠른 기간 내에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민원에 대한 대응을 듣고자 주민들이 냄새의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A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나주시 전체 돼지 및 분뇨의 30% 정도를 액비나 퇴비의 형태로 처리·생산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악취방지프로토콜(기록지)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악취문제로 우리도 고심해 왔다. 하지만 현재 환경법 이런 게, 현 우리 시설로는 주민들의 요구 수준까지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 업의 특성상 냄새는 불가피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입장을 이해한다. 악취 저감을 위해 우리 업소는 이 분야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해 악취저감 실험 및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도 약 1억원이 넘는 돈을 시설 설비에 투자했다”며 “또 2차 저감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지속해서 설비를 투자해서(밀폐형)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나주시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현재는 환경법이 미약해서 보다 강한 기준이 필요하다. 봉황면처럼 이 지역도 신고대상 악취배출시설지역으로 선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업체는 1년 안에 기준에 맞는 악취방지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악취 측정을 위해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악취가 심한 시간대엔 밤낮없이 즉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악취방지법 제8조 2’에 따르면 악취 관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고, 법적 허용 기준을 3회 이상 초과했을 시 해당 사업장은 신고대상 악취배출시설로 지정·관리할 수 있다.

한편 나주시 송죽리 지역엔 A업체(가축분뇨재활용업소) 외에도 건축물폐기물처리업체, 그리고 최근 근처에 소각장 건립여부까지 대두되면서 향후 나주시가 악취·분진피해 등 이 지역 환경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