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최근 국내 최초로 로봇청소기 인증시험에 통과한 삼성전자는 보안경비회사인 에스원과 손잡고 신개념 영상보안 로봇청소기를 개발하여 지난 주 출시하였다.

이 로봇청소기에는 영상 감시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어, 사용자가 외부에서 스마트 폰을 통해 로봇청소기를 조종하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실시간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기존 감시카메라에 로봇청소기의 이동성을 부가하여, 집안에서 일어나는 침입, 화재 등 위기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약자와 장애인은 물론 애완동물의 행동까지도 영상으로 조회해 볼 수 있어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로봇청소기는 수년째 신혼부부의 혼수품목 중 가장 인기 있는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고, 최근 한 업체조사에 따르면 가장 갖고 싶은 소형 혼수가전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지난해 로봇청소기의 국내 판매는 18만대를 기록하였고, 올해 국내 판매는 30만대, 글로벌 시장규모는 150만대로 예상되어, 향후 연 2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도 2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로봇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로봇청소기는 그야말로 선전하고 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로봇청소기를 로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서 로봇청소기는 로봇이라 부르기에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니, 청소로봇이 아닌 로봇청소기란 말이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엄밀하게 말하면 태생이 청소기이고 로봇기능을 입힌 것을 로봇청소기라 하고, 태생이 로봇이고 청소 일을 전문으로 하면 청소로봇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이란 무엇일까? 전문가들에게는 고된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일하는 현실적인 기계로 인식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공상과학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동물을 닮은 고성능 기계장치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나름대로의 경험을 토대로 종합해 본다면, 로봇은 고성능 센서로 환경을 감지하고 이해하여 이동이나 물체조작 등 자율적인 동작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프로그램된 기계장치로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로봇이란 이름은 한 가지 일만 전문으로 하기보다는 여러 작업들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계장치에 붙여지는 게 더 맞다고 본다. 적어도 청소로봇이라면 그냥 돌아다니며 바닥의 먼지를 없애주는 수준이 아니라 널브러진 옷가지라도 치우며 먼지제거도 하는 수준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로봇청소기도 이제 눈이 달려 있어 영상 보안 기능도 수행하며 청소도 하는 수준에 와 있으니 이제 로봇청소기가 아닌 청소로봇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로봇청소기가 청소로봇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몇 년째 고민하고 있는 신규 로봇시장 창출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바로 ‘전용기계와 로봇기술의 융합’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계에 로봇기능 즉 인지, 지능, 이동, 조작기술을 더하면 로봇화된 전용기계가 되고, 이것이 발전하면 한 종류의 로봇이 나오는 식이다.

자동차와 로봇기술이 융합하면 무인자동차에서 자동차 로봇이 되고, 비행기가 융합하면 무인항공기에서 비행기로봇이 되며, 전화기와 융합하면 스마트폰에서 커뮤니케이션로봇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전통 기계에 대한 단계적인 로봇기술의 융합 과정에서 미래 대규모 먹거리 산업인 로봇산업의 시작과 성장이 이루어지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