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진영을 초월한 보수(保守)… ‘존 매케인’이 남긴 울림
[천지일보 시론] 진영을 초월한 보수(保守)… ‘존 매케인’이 남긴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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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 거물이자 노장의 죽음은 미국은 물론 온 세계로 급 타전됐다.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폭격기 조종사로 근무했으며, 35년의 의정활동을 해 온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죽음은 애도의 물결로 온 세계를 뒤덮고 있다. 한 나라 정치인의 죽음이 세계적으로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가 뭘까. 이념과 정파를 떠나 모든 정치인이 고인을 추모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이유부터 들어보자. ‘그는 진정한 정치인이자 애국자였다’ ‘정파를 떠나 영웅, 친구, 멘토였다’ ‘강한 신념의 소유자였다’ ‘당파심을 버리고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 ‘옳은 일이라면 틀을 깨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도 드문 것이 돼버린 시대에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등 후문을 통해 우리는 고인의 정치신념과 사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고인이 된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이들로부터 회자되는 일화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와 같이 깊은 울림을 주며 또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는 해군 폭격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해 북베트남 상공에서 격추된 후 포로가 된다. 그 후 부친 매케인 주니어가 태평양사령관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러자 북베트남 정권으로부터 선전목적으로 포로 매케인 혼자 조기 석방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게 된다. 이때 매케인은 자신이 아닌 다른 포로를 먼저 석방할 것을 북베트남에 요구했고 곧 거부당했으며, 이후 가혹한 고문을 감내해야 했다.

전쟁이 끝나고 대령으로 예편한 후, 35년 정치인(의정활동)의 길을 걷게 된다. 그 기간 중 2000년 공화당 대선후보에 출마했으나 부시에 패배했고, 2008년 다시 출마했으나 이번엔 오바마에게 패배하게 된다.

민주당 오바마 후보와 경쟁 시의 일화는 이 시대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경청해야 할 메시지가 돼야 하며, 나아가 모두가 받아야 할 시대적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바마와의 대선에서 매케인의 지지자로부터 “그(오바마)는 아랍인이다”며 상대를 폄훼하는 발언이 나왔을 때, 매케인은 “그는 가족을 사랑하는 훌륭한 미국인이다” “나와 그는 정책에 이견이 있을 뿐”이라며 중심을 잃지 않는 정도(正道)를 걸었고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명예로운 패자로 남기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참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존 매케인 그는 정녕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남겼고, ‘정의’라는 이름을 남긴 게 분명하다. 비겁한 죽음으로 자신의 불의를 감추려는 얄궂은 세태에서 고인의 죽음은 그 죽음으로 정의의 빛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정치이념은 원래 강한 보수를 표방하는 보수의 거목이었으며, 그는 늘 보수의 가치를 대변해 왔다. 자유시장원리를 존중했으며, 대외정책엔 철저한 매파였다. 이처럼 뚜렷한 정치이념과 신념을 소유했지만 공화당 주류의 편에 맹목적이지 않았다.

그는 보수의 거목이었지만 보수가 아니었고 진정한 보수였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정의로운 정치인이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될 수 없으며, 다른 것은 다른 것이며, 틀린 것은 틀린 것일 뿐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양대 진영의 극한 대립 속에 정의와 진실은 묻혀 있고, 오직 진영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한국 정치현실에 큰 경종을 주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상호 경쟁의 대상일 뿐 적이 아니다. 경쟁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진리를 안다면 상대 진영은 늘 나를 긴장하게 하고 새롭게 하고 발전시켜가는 커다란 스승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과 다르면 적이 되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기도 하고, 또 무조건 비호하는 저급한 정치문화행태는 종식돼야 한다.

오늘의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을 충분히 인정하고 공유할 줄 아는 사상을 담을 그릇은 과연 없단 말인가.

상호 인정할 때 비로소 건전하고 성숙한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나아가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구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옳은 것은 옳다하고 틀린 것은 틀리다 말할 수 있는 나라, 나아가 말할 때 듣고 인정하는 나라가 될 때 대한민국은 드디어 세계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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