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의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등 7개 부·처·청 차관 인사로 이 가운데 경질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이 정부부처 중에서 정책의 주요 집행기관으로서 조명을 받지 않는 기관임에도 황 전 청장의 면직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전임 통계청장들이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황 전 청장이 이임식에서 한 말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기조와는 다르게 각종 통계 수치가 발표되자 청와대가 서둘러 황 전 청장을 경질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황수경 전 청장은 이임식 자리에서 ‘부실 통계’로 낙인찍힌 책임론에 대해 반박하면서 “지난 1년 2개월 동안 큰 과오 없이 청장직을 수행했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임식 후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는 “제가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해, 청장 재직기간 고충이 따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어쨌거나 작년 7월 취임한 황 전 청장의 1년 2개월간 단기간 재직은 11대 청장(2008년 3월~2009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니 경질을 두고 이런저런 의혹들이 많다.

국가통계는 한 나라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기본 자료다. 우리 정부에서는 지난 1990년 12월 국가통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서 통계청을 발족시킨 이후 통계청은 전문성을 가지면서 각종 자료를 발표해왔다. 국가정책 수립과 각종 민간분야에서 필수자료를 제공하는 국가통계는 객관성과 신뢰성이 생명으로 그 수치에서 정치의 무개입은 당연하다.

장·차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정 수행을 위해 언제든지 적임자로 교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부처가 아닌 통계청장의 경우는 임기제 등 정치환경과는 무관하게 독립적 운영도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통계청장 임기는 호주가 7년, 미국·영국·캐나다 등도 최소 4년 이상이 보장되는바, 이는 객관적 통계 수치의 유지를 위해서다. 이번 인사처럼 황 전 청장의 단임에서 오는 오해, 즉 정부정책의 실패를 통계청 ‘부실 통계’에서 기인했다는 변명 등 통계행정의 후진성은 임기의 제도적 보장 등을 통해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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