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는 상황 변화에 따른 의외성이 크다보니 타국과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개선돼 남북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이뤄졌고, 남북정상이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후속 조치들이 착착 진척되고 있다. 3년간 중단됐던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됐고, 8월 중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등 일련의 조치들과 함께 9월 개최 예정인 3차 남북정상회담도 준비 중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당초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북미회담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와 체제보장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댄 것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가 좋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신뢰하고 그가 북미회담 합의 내용을 추진할 것이라는 믿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는 중국이 북미관계를 흔들려는 의도를 견제하기 위해 취해진 것임을 띄우고 있다.

미국·중국 간 발생된 무역 갈등 등 현안 문제가 남북미 관계에 상관성을 가지며 영향을 미치다보니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 진전에도 파고가 들이닥치고 있다. 당장 남북은 제3차 정상회담을 9월 목전에 두고 있고, 남북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협의할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있는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연락소 개소 자체가 유엔 제재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한미 간 이해관계가 틀어졌다는 소식도 들리는 중이다.

미중관계나 북미관계 등이 다소 꼬이긴 했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 26일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난 이후 올해 중으로 또 한번 상봉행사 개최 말도 들리지 않는가.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한미 우호를 돈독히 하면서 남북관계가 더욱 개선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북한의 핵 폐기 진전이 지연되는 지금, 북미관계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제기된 문희상 국회의장의 ‘3차 정상회담 전 판문점 선언 비준’ 처리는 시의성과 당위성이 있는 터, 정치권에서는 충분히 협의해 한반도 평화를 견인하고 국익을 보태는 길로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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