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육부가 현재 중3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20% 후반대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대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1년을 유예하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거친 개편안이 현재와 별반 차이 없는 맹탕에 가까운 제도라니 아이러니하다. 김상곤 장관은 대학총장 대표들을 만나 “공정하고 투명하며 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입시제도에 대한 기대를 두루 고려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라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현행 20% 수준인 수능 위주 정시모집 비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능은 현행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안을 1위로 뽑았다. 이런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교육부 장관 마음대로 바꾸는 독선적인 대입 개편안을 내놓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입시가 정시 20%, 수시 80% 정도로 비율이 편중돼 국민들이 “정시가 공정하다, 수시가 공정하다”며 논란이 많은 상황이라면 최소한 5:5 비율은 맞추어 중립적인 입장의 개선안이라도 내놨어야 한다.

수시와 정시비율이 균형을 이루면 학생은 자신에 맞는 입시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1학년 때 내신, 비교과, 수능 공부를 병행하고, 2학년이 되어 내신이나 비교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생은 정시를 통해 패자부활전을 치를 기회를 줘야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줄어든다.

수시, 학종은 내신과 수행평가,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와 부모의 정보력과 자금력에 의해 학생의 능력과 상관없는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에게 공평한 정시를 놔두고 비리와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수시를 고집하는 세력은 기득권뿐이다. 현행 수시, 학종 입시제도는 반 친구 모두를 경쟁자로 여기고 학교 내신에 목을 매야 한다.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함이다.

“학종이 불공정하니 수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수능도 공정하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참고로 제시하는 논문이 있다. 2011~2012년도 대학 입학생 2103명을 분석한 한국교육학연구 게재 논문 ‘대학입학전형 선발 결정요인 분석(2015)’이다. 이 논문에는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정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고 나온다.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정시 진학률이 높은 경향성은 수능이 부모의 소득과 사교육 여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제도여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이 논문에서 거론되지 않은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15년 전 필자가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은 학급의 부모 소득, 학력, 성적과의 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다. 강남 학부모의 구성은 70%는 상위권 대학 출신에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30%는 자영업을 하며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학급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은 1~2명에 불과하고 오히려 자영업을 하는 부모의 자녀들이 더 비싼 과외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전교 석차를 분석하면 5% 이내의 예외인 학생을 제외하면 70%의 전문직 자녀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아무리 비싼 사교육을 시켜도 30%의 자영업을 하는 자녀들의 성적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부모의 경제력보다는 부모의 학력에 의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유전적 요소와 부모가 만들어주는 면학분위기와 학생의 노력이 성적을 좌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가구소득이 높아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수능성적이 높은 게 아니다. 부모의 학력과 소득과 성적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천기누설이다.

부모의 조력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한 우수한 학생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학종은 공부는 못하는 부유한 집 자녀들이 각종 사교육컨설팅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에 가까운 학생부와 자소서로 대학을 갈 수 있어 공정하지 못하다.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과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들 중 어느 그룹이 학업에서 성과를 내는지 비교해보면 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지로 실력을 측정해야 모두가 수긍한다. 수능이 완벽하진 않지만 가구소득과 학교별 내신편차에 영향을 덜 받는 공정한 게임이다. 입시제도는 학생에 대한 공정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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