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7

‘킹크랩’ 시연 확인 물증 확보에도

영장판사 “공모 혐의 다툼 여지”

특검, 영장 기각에 수사동력 상실

노회찬 수사에 시간 허비 ‘부메랑’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60일 대장정 중 가장 큰 목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혐의 입증이었다. 하지만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빈손 특검’이라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지난 27일 허 특검은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직접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허 특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드루킹을 소개받아 알게 된 후, 11월 9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며 “킹크랩의 개발 및 운용에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수사 초기 정의당 고(故) 노회찬 의원 관련 의혹 등 ‘곁가지수사’에 매달린다는 비판을 들은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후엔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확신의 바탕에는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 일당으로부터 확보한 물증이 있었다.

드루킹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긴 ‘201611온라인정보보고’ 등 각종 문서의 내용과 해당 문건의 브리핑 참석자들의 진술, 댓글 작업과 연관된 기사목록 등을 통해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혐의를 다졌다.

특히 최근 압수한 경공모 회원의 노트북 비밀번호를 해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검팀은 노트북에서 킹크랩 시연 당시 소스코드 파일을 확보, 시연 시간대의 네이버 뉴스 공감 클릭 로그기록 전체 약 1700만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시연 일시에 네이버 아이디 3개가 순차적으로 네이버 기사에 공감 클릭을 반복한 내역이 확보한 소스코드 파일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킹크랩 시연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를 바탕으로 시연회 이후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공모, 지난 2016년 12월경부터 올해 2월경까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기사 7만 6083개에 총 8840만 1214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를 보내 피해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7

◆디지털 물증 제출에도 구속 실패… 영장심사와 재판은 다르단 의견도

특검팀은 자신감을 갖고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8일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디지털 물증을 제시하며 김 지사의 구속영장에 나름 확신을 가졌지만 법원이 이를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 앞으로의 재판에서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사결과 발표가 있기까지 특검팀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만 의지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던 터에 수사기간이 종료된 지금 새로운 물증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편파수사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노 의원 관련 의혹에 매달린 시간이 어쩌면 특검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노 의원의 극단적 선택으로 수사 중반 큰 위기를 맞았고, 전열을 정비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상실한 점에 대한 비판이다. 영장 청구가 늦었던 만큼 계획이 틀어졌을 시 이를 보강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짧은 시간 내에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영장실질심사와 달리 긴 호흡으로 여러 증거를 놓고 범죄 유무를 고려해야 하는 재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법정에서 판세를 뒤바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추가해 김 지사 기소… 특검팀, 최소 인원만 남기고 해체

김 지사의 재판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다툰다. 특검팀은 대선 후인 2017년 6월경 김 지사가 올해 지방선거까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작업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봤다. 이를 위해 드루킹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청탁한 도모(61) 변호사를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당초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으나, 이후 드루킹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소명할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 청구에선 관련 내용을 뺀 바 있다.

별다른 물증 없는 상황에 드루킹의 진술까지 흔들리면서 재판에서 김 지사 관련 혐의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김 지사도 공직을 제안한 일이 없다는 수사 초반의 입장과 달리 드루킹과의 대질신문에선 “센다이 총영사는 가능할 것이라고 추천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는 등 말을 바꿨다고 전해졌다. 이에 특검팀은 법정에서 김 지사 관련 혐의를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제 재판을 위한 최소인원만 남기고 해체한다. 허 특검은 지난 27일 “공소유지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간 내내 ‘빈수레만 요란하다’는 지적을 받은 특검팀이 법정에선 평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영정을 든 채 의원회관 노 의원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이 끝난 후 유족들이 영정을 든 채 의원회관 노 의원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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