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세계가정대회(WMOF 2018) 참석차 지난 25~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가톨릭 세계가정대회(WMOF 2018) 참석차 지난 25~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아일랜드 방문 피해자들 만나 ‘재발방지 노력’ 약속
ECA, 성학대 은폐 비판 “여전히 기다려” 개혁 촉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아일랜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내에서 일어난 사제들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잇따라 사죄했다. 이와 함께 재발방지 노력도 약속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아이리시타임즈 등 외신들은 지난 25~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메시지를 보도했다.

교황은 가톨릭 세계가정대회(WMOF 2018) 참석차 아일랜드에 방문했다. 교황이 아일랜드를 찾는 것은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약 40년만이다. 방문 기간에 성학대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방문 이틀째인 26일 교황은 성직자들의 아동성폭행 사건에 대해 “신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죄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저녁 더블린 피닉스파크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 미사에서 “피해자들께 교회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공감과 정의,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 시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교회 구성원들이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돌보지 않고 침묵을 지킨 데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교황은 이날 아침 서부 녹 성지(Knock Shrine)를 방문, 일요 삼종기도 강론을 통해서도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4만 5000명의 신자들 앞에서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학대를 당하고, 순수함을 유린당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감화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동 성학대 피해자들의) 상처가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한 확고하면서도 단호한 조치를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러한 죄와 추문, 많은 기독교 가족이 느꼈던 배신감에 대해 신께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교황은 더블린에서 성폭행 피해자 8명과 개인적으로 만나 위로하고 이 같은 재앙을 근절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사제 아동성폭력 은폐를 비판하며 교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희생자들의 단체인 사제학대끝내기(ECA)는 기자회견을 통해 “완전히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불확실한 침묵과 함께 남겨졌다”고 개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나라인 아일랜드는 사제들의 성폭력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대해 교황청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성직자들의 아동성학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었다. 2014년에는 가톨릭이 오랜 기간 운영한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수백명의 영아 유해가 무더기로 발견돼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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