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인근에 설치된 민간개방화장실 표지판. ⓒ천지일보 2018.8.2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인근에 설치된 민간개방화장실 표지판. ⓒ천지일보 2018.8.27

서울 내 개방화장실 총 1032곳
관리인 “시설 파손 빈도 잦아져”
구, 지원금 대신 화장지 등 지급
건물주 지원 부족하다는 지적도 
시 “예산확보 위해 노력 하겠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금방 청소했는데 봐요, 이렇게 지저분하잖아요! 내 집 화장실처럼 생각하고 깔끔하게 써야 하는데….”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내 민간개방화장실 관리자 이재석(50, 남)씨는 개방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화장실을 살펴보니 2개의 화장실 변기에는 오물이 군데군데 묻어있었고, 사용된 휴지는 아무데나 널브러져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간을 저절로 찌푸리게 했다. 그는 “사람들 급할 때 이용하라고 좋은 마음으로 개방한 것인데 매번 지저분한 화장실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며 “솔직한 심정으론 소모품 지원 대신 화장실을 청소해줄 수 있는 공공근로자를 대신 투입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시 개방화장실이 시설 훼손 등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방화장실을 운영하는 건물주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방화장실은 상가 및 음식점 소유주 등 민간이 자발적으로 외부인들에게 개방한 민간 건물화장실이다.  서울시 개방화장실은 신규 화장실 설치에 따르는 관리비용 등의 예산을 줄이고 평소 밖에서 화장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개방화장실로 지정되면 평가 등급에 따라 분기별로 5~10만원대의 화장지, 종이타월, 물비누 등 관리용품을 지급받는다. 시가 자치구에 각각 보조금을 전달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5억원의 보조금을 약 25개의 자치구에 나눠 지급하고 있다. 현재 이렇게 해서 운영되고 있는 서울 내 개방화장실은 총 1032곳이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내 한 개방화장실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18.8.2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내 한 개방화장실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18.8.27

개방화장실이 확대되면서 일부 몰지각한 이용객들로 인해 건물 관리인들은 날마다 큰 고충을 겪고 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개방화장실 관리인들은 “시민들 이용하라고 화장실을 개방한 건 좋지만 이용객들 때문에 관리가 더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중구의 한 대형 건물 내 개방화장실을 관리하는 김석규(45, 남)씨는 “개방하고 난 후 변기가 막히거나 변기커버 등 시설물이 파손되는 빈도가 잦아졌다”며 “최근에는 화장실에서 한 취객이 토를 하고 토사물과 엉켜 누워 있길래 한마디 했더니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근 개방화장실 건물 청소노동자 김미숙(55, 여)씨는 덮어져있는 변기 커버를 보면 여는게 두렵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생리대를 자꾸 변기 안에 버려 물이 막혀 애를 먹은 적이 많다”며  “버리지 말라고 안내문을 붙여놨는데도 소용없다. 하루 이용객이 너무 많아져 컨트롤이 안 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아울러 건물주들은 자치구의 소모품 등의 지원이 턱없이 적다고 입을 모았다. 개방 후 수도, 전기 등 들어가는 비용은 2배로 늘어났는데, 구의 소모품 지원만으론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서대문구 내 한 상가 개방화장실 건물주 김효석(61, 남)씨는 “건물 내 화장실 2곳을 개방하고 있는데 한 달에 화장지 2박스 지원 받고 있다”며 “우리는 따로 규정한 시간 없이 24시간 개방하는데 고작 2박스를 지원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내 한 개방화장실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18.8.2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 내 한 개방화장실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18.8.27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 개방화장실로 지정됐더라도 간판을 안 붙이거나 문이 잠겨진 곳도 있다. 최근에는 취소되는 개방화장실도 늘고 있다.

종로구에서 옥외 주차장관리를 하는 관리요원 한정수씨는 지난달까지 늘 다니던 개방화장실을 찾았다가 문이 잠겨 있어 곤혹스러웠다. 그는 “알고 보니 건물주가 개방화장실을 취소한 거였다”며 “근처에 개방화장실이 있어 좋았는데 이제 걸어서 10분 걸리는 화장실로 가야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박봉기 서울시 환경보건팀장은 “최근 개방화장실을 취소해달라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며 “시민 편의를 위해 개방을 유도하고 있는데 자꾸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니 시민들이 불편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지원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시에서도 개방화장실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공중화장실의 관리 권한이 있는 구에서도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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