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곳곳에 누렇게 말라죽은 잔디. ⓒ천지일보 2018.8.26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곳곳에 누렇게 말라죽은 잔디. ⓒ천지일보 2018.8.26

축구팬 ‘부풀었던 기대감, 바람 빠진 풍선’

칠레 실사단 “잔디·부대시설 엉망”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14년 만에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 A매치가 무산됐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의 A매치는 2004년 12월 19일 독일전을 끝으로 14년 만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결정 몇일 만에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6일 ㈔대한축구협회가 오는 9월 열릴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A매치 2연전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9월 7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이어 11일 저녁 8시에는 칠레와의 경기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부산시축구협회(회장 정정복)도 같은 날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FIFA랭킹 9위의 남미 강호 칠레와 국가대표팀 간의 A매치가 성사됐다고 야심 차게 발표했다.

발표 뒷날인 7일 대한축구협회는 실사팀을 파견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상태를 점거했다.

이어 8일에는 칠레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해 운동장 상태를 점검한 결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칠레 실사단이 본 경기장 잔디 상태는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뿐만 아니라 부대시설 또한 낡고 노후화돼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으로 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 17일 대한축구협회는 “9월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칠레와의 국가대표팀 친선경기가 부산아시아드경기장의 잔디 상황 악화로 취소됐다”며 “다른 도시로 개최지가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부산 A매치 경기를 취소했다.

경기장 곳곳이 누렇게 말라버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잔디는 지난 7월 가수 싸이의 콘서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의 이 같은 결정에 당황한 부산시와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싸이 공연 당시 관중도 많았고 최근 폭염까지 겹쳐 잔디가 심하게 망가졌다”고 해명했다.

현재 공연기획사 측이 잔디를 보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 잃고 외앙간 고치는 격’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대형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도 ‘안일한 탁상’ 행정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등 국제적인 망신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는 부산시민도 매한가지다.

무려 14년 만에 유치한 A매치 경기 관람에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던 팬들의 기분은 엉망이 된 잔디로 경기가 불가하다는 소식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속도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사직동에 사는 박모(48, 남)씨는 “수백억의 혈세를 들여 만든 아시아드주경기장이 국제적인 축구 경기는 물론 각종 콘서트를 비롯한 대형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부산시의 계획 없는 행사 대관 등 무책임한 관리가 이 같은 현실을 초래했다”며 “10월에 열릴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또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심히 걱정이다”라며 부산시의 무능 행정에 질타를 날렸다.

부산 축구는 2004년 열린 독일과의 평가전 이후 A매치 유치에 절치부심으로 노력을 펼쳤지만 성사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현실에 지난해 11월 제21대 부산시축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정정복 회장은 A매치 유치와 전용구장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동분서주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한축구협회와의 관계회복에 전심전력해 왔다.

A매치가 결정된 지난 6일 정 회장은 “부산시민들은 14년 동안 스포츠 문화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대회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며 “14년 만에 개최된 이번 대회에 부산 축구팬들의 성원으로 부산축구가 살아 있음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보여주고 ‘어게인 2002’를 만들어 보자”고 유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그에게 잔디 부실과 시설관리 미비로 인한 경기 취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정복 부산시축구협회장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지원 아래 취임 후 지금까지 A매치 유치에 나섰고 부산시에는 수시로 협조를 부탁했다”며 “하지만 결국 열망과 간절함으로 이뤄낸 대회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분통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부산 A매치 무산으로 내달 11일 열리는 칠레전 개최 장소는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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