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전국승려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종단개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전국승려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종단개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6

“조계종 현 집행부 해산” vs “해종세력… 교권수호해야”
조계사서 전국승려결의대회-교권수호결의대회 맞불집회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6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사이를 두고 서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종회해산’과 ‘교권수호’를 주장하며 양측 간 맞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조계사 일주문 앞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경찰병력 500여명이 곳곳에 배치돼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계사 앞은 오전부터 경찰과 조계종 총무원 스님들이 모여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경내에 진입하지 못한 승려대회 참가자들은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글을 담은 종이를 뿌리기도 했다.

개혁 측이 개최한 ‘전국승려결의대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3000여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중앙종회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불교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권승들은 참회하고 자진해산 및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 개혁을 위해 41일간 단식했던 설조스님도 “국내 도박장이 비좁아 국제 원정을 나간 도박사들과 은처승들이 교단을 떠나야 교단이 안정되고 화해와 공존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며 “종단의 고름을 짜내고 병의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분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재정투명화와 공영화 추진 ▲사부대중 포함한 종단개혁위원회 구성 ▲종도 81%가 지지하는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총무원장이 일체의 종단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 강화 ▲비구니스님 종단 참여에 관련 완전한 평등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이후 승려대회에 참석한 스님과 불자들은 조계사를 에워싼 뒤 ‘중앙종회 즉각 해산’ ‘적폐배후 자승멸빈’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조계종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승려결의대회에 맞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승려결의대회에 맞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6

앞서 승려대회를 ‘해종세력’으로 규정한 국회 격인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연합회는 낮 12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음악회를 마친 뒤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결의대회’를 시작했다.

교권수호결의대회에서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스님은 교시를 통해 “사부대중은 외부세력과 정치세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선 안 되며,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국민 여망에 부응해 선거법에 따라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권수호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종단 운영 투명화 교구자치제 실현 ▲승가복지 확대 발전 노력 ▲외부세력과 불교파괴세력 같은 해종 세력에 책임을 묻겠다는 등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양측은 모두 조계사에서 행사를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교권수호결의대회 측이 조계사를 선점하면서 승려대회는 조계사 건너편 도로변에서 진행됐다. 예상했던 우려와 달리 집회와 행진은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두 집회를 바라보던 한 불자는 “오늘 저녁 또 이렇게 소란스러운 풍경이 텔레비전에 나올 텐데 한국 불교가 부끄럽다”며 “내가 이 절집에 다니고, 불자라는 게 너무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애초 두 행사는 23일로 예정됐으나,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예보되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한편 설정스님 사퇴로 공석이 된 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9월 28일 진행된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원로회의에서 확정된 22일 바로 선거일정을 확정했다.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다음달 4~6일 동안 후보자 등록을 받은 뒤 13~17일 선거인단을 뽑아 진행된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전국승려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재정의 투명화 및 수행 보조비 지급, 국민 참회와 종단개혁을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8.8.2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전국승려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재정의 투명화 및 수행 보조비 지급, 국민 참회와 종단개혁을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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