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달간 ‘옥탑방’ 생활을 마치고 시장 관사로 돌아갔다. 지난 6.13지방선거 공약에서 옥탑방살이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지난 7월 22일 28억원의 시장관사를 두고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한 박원순 시장은 폭염이 신기록을 갈아치운 유난히 무더웠던 기간 동안 9평 남짓한 좁은 집에서 선풍기로 생활했으니 그만하면 서민생활을 많이도 경험했고 앞으로 서울시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지난 19일 옥탑방에서 짐을 뺀 박 시장은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생활환경 등이 열악한 강북에 대해 ‘우선투자 전략’ 정책 구상을 발표했던바, 그 내용은 비강남권 도시철도 사업 4개 노선 건설을 비롯해 신규 돌봄 시설의 90% 이상 신설, 빈집 1천호를 정비해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시 산하기관의 강북 이전 등이다. 과거 1970년대 강남 개발 때처럼 교통과 주거 등에 대한 집중 투자로 강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지금까지 강남에 치중됐던 개발 패턴을 바꿔서 강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정책 구상 발표였으니 3선 시장으로서 늦은 감이 있다. 강북 개발을 과거 역대시장들이 등한시했겠나마는 아무래도 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에서 강남에 밀렸던 건 사실이다. 강북권 도시철도 인프라 확충 사업만 해도 그렇다. 경제성이 떨어져 민자사업자가 나서지 않았던 면목선, 우이신설선 연장선, 목동선, 난곡선에 시 재정을 투입해 박 시장 임기 내인 2022년 6월말까지 착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강북에 사는 시민들의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구상 발표한 강북권 개발 전략은 시 산하기관의 강북 이전 등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업들은 기존에 추진 중이거나 발표했다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연된 사업들이다. 핵심사업이 될 도시철도 사업을 예로 들면 서울시에서는 2007년에 우이신설선 연장과 목동선·면목선 등 4개 노선을 추진했고, 2013년에는 추가로 난곡선 추진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민간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지금까지 지연된 상태다. 여기에 박 시장이 시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착공은 그렇다 치더라도 완공하기까지, 또 건설 이후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막대한 시 재정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이 따른다. 

박원순 시장이 한달간 강북 삼양동의 옥탑방살이에서 얻어진 경험들이 경쟁력이 뒤떨어진 강북 발전을 통해 강남·북 균형발전을 가져 오는 것이라 한다면 강북쪽 사람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박 시장이 멀쩡한 관사를 놔두고 월세를 들어 옥탑방 생활을 한다는 자체에 반대했던 것이다. 이미 서울시장 3선으로 햇수로도 만 7년째인데 아직도 강북 시민의 삶을, 주거 환경이 취약한 계층의 현실을 모르는가 하면서 그러한 행위가 차기 대선을 위한 정치쇼라며 시민단체가 반대시위에 나선 빌미를 주기도 했다. 

박 시장 개인적으로 보면, 한달간 옥탑방살이가 선거공약을 지킨 신의 있는 정치인으로 부각시켰고, 또 서울의 강남·북 균형개발이 필요한 시기에 ‘강북 우선 투자 정책’을 주장하는 계기로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시장 관사에 대한 불요함을 입증시키기도 했다. 박 시장이 2011년 10월 취임 후에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소재 시장 관사에서 은평구 진관동 소재 아파트(136.43m², 41평)로 관사가 바뀌었다. 그 후 2015년 2월부터는 서울시가 28억원에 전세 임차한 종로구 가회동 소재 관사에 입주했던 바, 저택 임차금과 연간관리비 3천만원 상당을 서울시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단체 회원들은 ‘28억 호화 관사’라 하며 규탄대회를 열고서 “민선시대에 서울시장 관사가 왜 필요하냐”며 관사 폐지 공론화에 나섰던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특별시장 공관은 시정 운영에 필수적인 해외 대사 초청, 국회의원·시의원·언론인 등 초청 시정 설명회 및 정책토론회 개최 등 국내외 주요 인사 접견 및 초청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재난·재해 등의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회의 개최 등 24시간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위해 마련하고 운영하는 공적 시설이지, 박원순 시장 개인 및 배우자나 가족을 위해 사사로이 운영되는 시설이 아니다”라고 관사 필요성을 내세웠다.

서울시의 시장 관사에 대한 쓰임새가 그러하다면, 삼양동 옥탑방에서는 사정상 박원순 시장 부부가 단순히 생활하기에 급급했지, 한달간 해외대사 초청, 국내외 주요인사 접견이나 폭염 등 긴급상황 발생시 긴급 대응 등 24시간 안정적으로 직무 수행하지 못했다는 증명이 된다. 그렇잖아도 박 시장이 옥탑방 생활을 하는 기간에 여론조사기관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가 나왔던바, 박 시장은 41.3%로 전국 11위에 머물렀다. 시·도정 운영 등 종합상황 평가에서 혹시 박 시장의 옥탑방살이가 가져다준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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