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망중립성이란 유·무선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자-국내에는 KT나 SKT 등과 같은 통신사업자가 있다-들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또한 인터넷사업자들에게 모두 동등하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광대역의 인터넷망을 소유하는 기업이 자사에 유리하게 인위적으로 망을 설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망 사용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적 용도 성격이 크긴 하나 엄연히 통신사업자들의 사적 재산이므로, 인터넷을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공공자산으로 보되, 통신사업자가 망을 구축하기 위해 자금을 들인 만큼 제반 설비의 사적 재산권을 얼마만큼 허용할 지가 중요한 관건이며, 망 사용에 대해서 사용자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규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중요한 책무가 될 것이다. 

최근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망중립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의 3G시절에 제정된 망중립성 원칙에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특성을 추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5G 상용화 이후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트워크슬라이싱이란 공통으로 이용하는 네트워크 인프라에 소프트웨어 가상화기술을 이용해 가상 네트워크를 여러 개로 자르는 기술이다. 즉 잘라져 분리된 네트워크들은 각각 그 특성에 맞게 속도나 애플리케이션, 요구사항 등에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으므로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에 맞추어 최적화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망중립성 논란의 핵심은 보장형서비스(guaranteed service)이다. 보장형서비스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5G서비스 출시 여부가 좌우된다. 5G는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 등의 특성을 만족해야 하는 만큼 전송품질(QoS; Quality of Service)을 보장해야 한다. 극히 짧은 순간이라도 지연이 발생한다든가 기기 연결이 끊어질 경우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게 되며, 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기도 맞이할 수 있다. 

반면에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공평하게 이용하는 일반 인터넷을 최선형서비스(Best effort service)라고 한다. 현재 보장형서비스는 IPTV와 LTE 음성통화 두 가지가 있다. 방송용 IPTV는 일반 인터넷과 물리적으로 구분된 별도 전용회선을 사용하고, LTE통화는 모든 사용자에게 공통으로 제공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차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물리적이 아닌 논리적 구분이 불가피하다. 만약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관계없이 5G 네트워크를 단일 최선형서비스로 간주하면 보장형서비스는 그 입지가 불분명해진다. 반면 긴급성을 이유로 A슬라이스를 관리형 서비스로 인정한다면, 비슷한 긴급성을 가진 B, C, D형 슬라이스도 보장형서비스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5G트래픽만을 보장형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트래픽 차별을 금지하는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인 것이다. 꼼꼼히 산재돼 설치돼 있는 IoT기기의 초연결화를 통한 자동화 서비스망 구축을 위해서는 초고속의 5G 트래픽에 대한 보장형 서비스가 전제돼야 하나 현재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하에서는 이에 대한 완벽한 서비스 제공이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무조건적인 망중립성 강요는 LTE와 IoT가 결합된 융합서비스의 고도화 근간을 매우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보편적 제공이라는 공동의 가치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망중립성을 유지하면서 5G서비스가 트래픽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적절한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분배 제공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정책 당국에 필요하다. 예를 들면 통화, 무인자동차, 교통 관제, 재해 시스템 등과 같은 실시간을 요하는 트래픽과 기상관측, CCTV 등과 같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트래픽을 사용 성격에 따라 세밀히 분류하여 그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화되지 않은 서비스 제공은 논란의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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