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9시 30분께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 70대 노인이 침입, 엽총을 난사해 직원 2명이 숨졌다. (출처: 연합뉴스)
21일 오전 9시 30분께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 70대 노인이 침입, 엽총을 난사해 직원 2명이 숨졌다. (출처: 연합뉴스) 

강력·폭력범죄 모두 크게 증가

세대 단절 분노·억울함 등 원인

“세대 간 대화의 장 마련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 지난 21일 경북 봉화군에서 70대 노인이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봉화 경찰서 등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77, 남)씨는 소천면 임기2리의 사찰에서 이웃주민 임모씨에게 엽총을 쐈다. 이어 김씨는 차를 타고 3.8㎞ 떨어진 소천면사무소로 이동해 엽총을 난사했다. 이 사고로 민원 담당 손모계장과 이모 주무관이 가슴 등에 큰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사고 이후 인근 주민들은 “김씨가 평소 물 문제와 쓰레기 소각 문제 등으로 이웃들과 자주 다퉜다”며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회적약자라고만 여겨졌던 노인들이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과거 노인범죄는 빈곤에 따른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살인이나 강간 등 극단적 범죄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최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5년간(2012~2017년)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 2013년 7만 7260명에서 2017년 11만 2360명으로 45%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모두 크게 늘어났다. 강력범죄의 경우 2013년 1062명인데 비해 지난해에는 1808명으로 70.2% 늘었다. 강력범죄는 살인·강도·방화 등을 포함한다. 폭력범죄 역시 2013년 1만 4216명에서 지난해 2만 350명으로 43.1% 증가했다. 범행 동기로는 지난해 기준 ‘부주의’가 13.5%, ‘우발적’인 경우가 13.1%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도 이 두 가지 동기가 비슷한 비율로 가장 많았다.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하지 않은 이들인 ‘쉬었음’ 인구는 195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령자에 속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84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 5000명이 늘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 ⓒ천지일보 2018.6.2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 ⓒ천지일보 2018.6.28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인 노인범죄는 사회 곳곳에서 다분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 7월 인천 서구에서 75세 남성은 알코올 중독인 아들(46)이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홧김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지난해 8월 전남 강진에서는 낚시를 하던 A씨(65)는 피해자와 마주쳐 그와 말다툼하던 중 흉기로 찔러 그를 살해했다. 이어 A씨 본인 역시 바다로 투신해 사망했다.

성범죄 등 지능적인 범죄도 적지 않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에 사는 노인 7명은 동네 주민인 지적장애 여성 A씨를 5년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피의자들은 60대 후반에서 80대였다. 노인들은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에서 A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범죄가 이같이 급증하기 시작한건 불과 최근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 1만명당 강력·폭력범죄 피의자 수는 2012년 26명에서 2017년 31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성범죄를 저지른 노인도 5년 전보다 91%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로 노인의 빈곤화, 과거와 달라진 문화, 교육 부족 등을 꼽는다. 일각에서는 노인들이 전통사회에서처럼 대접받길 원하지만 현재 사회에서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세대 간 갈등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노인들이 억울함, 분노 등을 느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감정들이 쌓이면 결국엔 범죄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주로 나이 때문에 대접받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은폐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본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과거에 적응된 노인들이 현재로 와서 바뀐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바뀐 문화에 대한 각성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죄도 범죄지만 노인 혐오 등 세대 간 갈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박교수는 젊은 세대와 노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위한 대화의 장이나 갈등 해소를 위한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노인 혐오가 확산하면서 젊은 세대와 노인들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노인들이 이 사회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세대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거나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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