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의 성별 편파 수사·판결 항의’ 집회를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5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의 성별 편파 수사·판결 항의’ 집회를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5

“피해자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하라”

“조국의 법이 상식적이길” 목소리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안희정 전(前)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의 성별 편파 수사·판결 항의’ 집회를 열고 사법당국을 규탄했다.

헌법앞성평등이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연 이번 집회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반발하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 집회를 개최한 지 일주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안 전 지사 지지자였던 김지예 변호사, 탁수정 민주노총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원 등을 비롯해 집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 100여명이 성별에 관계없이 참석했다.

단체는 “최근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공권력은 이러한 여론에 안 전 지사 무죄 판결과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신속한 영장 발부 등 ‘성별 편파수사’와 ‘성별 편파 판결’로 화답하는 실정”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연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신지예 위원장은 “정부가 불법촬영에 대한 대책을 내겠다고 말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말만 할 뿐 행동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로 대통령이 된 문 대통령이어도 여성문제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의 성별 편파 수사·판결 항의’ 집회를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5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헌법앞성평등’이 ‘그들만의 헌법: 사법행정의 성별 편파 수사·판결 항의’ 집회를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5

김지예 변호사는 “저는 사실 안 전 지사 지지자였다”며 “안 전 지사 변호를 맡지 않겠느냐는 측근 말에 ‘자백하고 반성하고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손해 배상하고 절실히 합의 시도한다는 전제 하에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를 미친 사람 대하듯 바라봤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 법조인에게 안 전 지사가 유죄라고 설명했지만 그들은 ‘논리는 맞지만 법으론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며 “안 전 지사 판결을 보며 여전히 법이 여성에게는 지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씁쓸해 했다. 하지만 “인류문명을 돌아볼 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탁수정씨는 “김씨는 안 전 지사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지난 14일 ‘부녀의 정절은 때론 생명보다 소중하다’는 망언을 들었다”며 “다음 날인 광복절엔 전자발찌 대상자 150여명이 특사로 풀려났다. 14일에도 15일에도 여성은 조국으로부터 잊혀졌다”고 성토했다.

이어 “요새 정부의 고민이 출산율 저하인 것으로 아는데 여성들은 이 세상이 나만 즐기기 아깝다고 느껴질 때 아이를 생각한다”며 “미래의 내 아이를 떠올릴 때 모든 권리를 누리고 살 수 있는 똑똑한 아이로 기를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탁씨는 “저는 3일 뒤 김씨에게 막말을 한 서부지법에 출석한다”며 “조국의 법원이 상식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금천수요양병원지부장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지부장은 “노조를 설립하고 그마나 뭉쳤을 때 싸울 수 있다는 걸 배우고 그 힘으로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다”며 “노조 설립 후 성희롱 문화를 깨끗이 근절했다. 결혼 후 퇴사를 당연시하던 회사는 이제 둘째를 낳아도 근무에 복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개인이 함께 모여 외쳤을 때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며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즉석에서 자유발언을 하는 참석자가 나오기도 했다. 남성도 단상에 올라 집회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헌법앞성평등은 사법행정 전반의 노골적인 성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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