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루이스센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루이스센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폼페이오 방북 시기 뒤로 한참 늦어질 듯
트럼프의 중국 경고카드에 시진핑도 부담
남북·북미 정상회담 프로세스도 원점으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이 전격 취소되면서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의 답보 상태가 길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언급하고, 폼페이오 방북 시기를 무역 문제 해결 이후로 지목하면서 방문 시점이 한동안 뒤로 미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격화되고 있는 무역갈등 상황에서 일종의 최후 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관세 보복으로 대응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다는 불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개입해 미중 무역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란 의심을 해왔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국면에 영향을 미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대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더라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 취소 조치는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날리는 한편 북한에 대해 중국에 의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북한이 강경 태도로 돌변하자 회담 취소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돌변과 비핵화 협상 진전이 잘 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중국 배후론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들며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중국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달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식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이번 기념식에 참석함으로써 중국이 북한에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미국과의 대립구도 격화란 부담 요인이 된다.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외교적 프로세스도 꼬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를 토대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안건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컸으나, 방북 취소라는 돌발변수를 만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 특히 미중 간 무역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언제 해소 국면을 맞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비핵화 협상 답보 상태가 계속되면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진전을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번 방북 취소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엄청난 혼란으로 북한의 미래는 어두워진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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