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론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연일 긍정적 신호를 내놓고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판하면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취지를 미국이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를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비핵화의 ‘방법론’에 달려 있다. 그리고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얘기도 이와 맞물려 있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조만간 4차 방북에 나서는 것이다. 비핵화의 방법론을 놓고 미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이 북한을 더 강경하게 압박할지 아니면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의 선택이다. 최근 다시 북미정상회담 얘기가 거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의 유연한 접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미관계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발전도 더 없이 중요하다. 남북 간에 대화와 협력이 일상이 되고 평화체제를 향한 노력이 구체적 성과로 나타난다면 북미관계도 탄력을 받아 더 전향적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부지 내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게 들린다. 정부의 설명을 보면 대북제재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에 대한 예외 신청을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는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동연락사무소에 반입될 물자와 전력 등은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관계의 신뢰를 담보하고 나아가 남북대화의 상시적인 공간이 되면서 비핵화를 이뤄내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이르면 다음 주 중에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동연락사무소는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따라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 이제는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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