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드루킹 특검의 허무한 결말을 보며
[정치평론] 드루킹 특검의 허무한 결말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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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여론 왜곡은 부정부패보다 더 큰 범죄다. 이 중요한 임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겠다.” 지난 6월 7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의 첫 일성이었다. 허 특검의 표현대로 선거과정에서 대규모 여론조작을 일삼고 심지어 불법적인 기계까지 동원했다면 단순한 부정부패 수준의 범죄와 비교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본령을 허무는 반헌법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가 오는 25일에 끝난다. 특검법에는 수사기한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허익범 특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경수 경남지사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경수 지사는 물론 청와대 인사들까지 연루돼 있어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러나 그 결말은 참으로 허무해 보인다.

무능한 특검, 그 자체가 유죄이다

허익범 특팀은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검 이전의 상황을 보면 경찰과 검찰의 무기력한 수사와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의 태도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질질 시간을 끌면서 핵심 증거를 하나 둘씩 놓치기 일쑤였고 그마저도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뒤늦게 찾아낸 증거물은 거의 껍데기에 불과한 것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 사이 수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끊임없이 증거의 은폐와 폐기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의 치부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검은 이런 상황에서 출범했다. 집권세력에 대한 수사라는 부담과 여론조작의 실체를 밝혀 달라는 국민의 요구까지 거센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기록이나 압수물품 등은 충실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검 수사의 움직임은 더 정교하고 더 빨랐어야 했으며 동시에 보다 치밀한 전략적 플랜까지 가지고 있어야 했다. 드루킹이 누구인가.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며 정치적 거래까지 일삼던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 드루킹을 수사한다면 특검팀의 수사 기법과 전략 등은 더 정교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허 특검의 성과는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중간에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비보를 접하고 주춤하더니 본질인 김경수 지사에 대한 수사는 마냥 지체되고 말았다. 그마저도 핵심 증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구속영장 청구마저 기각됐다. 결국 허 특검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에 따라 허 특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실상 수사의 동력을 상실한 셈이다.

허 특검팀이 지난 22일 밝힌 대목은 더 실망이다.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그간 진상규명 정도와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다. 그간의 진상규명 정도나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면 수사기한 연장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밝혀냈다고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 이상 수사할 능력이 안 된다면 차라리 솔직한 설명일 것이다.

이번 허 특검은 수사기한 연장을 스스로 포기한 첫 특검이 됐다. 지금까지 열두번의 특검 가운데 대통령 승인이 필요했던 여섯번의 특검은 모두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물론 그중에서 세 차례는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했지만 그럼에도 특검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허 특검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물론 허 특검이 수사기한 연장을 요청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사의 알맹이나 성과가 미진하고 심지어 더 이상의 수사 동력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이지 허 특검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미진한 특검 수사라면 시간을 더 내서 집중해도 아쉬운 마당에 스스로 기한 연장을 포기하는 것을 스스로 무능한 특검임을 자백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허 특검은 오는 27일 60일간의 수사 내용을 발표한 뒤 소수만 남아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마무리 수순으로 가고 있지만 허 특검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날카롭다. 명색이 야권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특검 치고는 그 성과가 너무도 초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검에 앞서 수사를 맡았던 경찰로 인해 진실 규명이 더 어렵게 되고 말았지만 이 문제 또한 흐지부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저급한 세상을 더 저급하게 만든 드루킹의 여론조작 사건, 물론 김경수 지사의 말대로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실규명에 나선 허 특검팀을 향해 쏟아냈던 우리 사회의 저급한 언행들 특히 정치권의 비방과 압박은 그대로 우리 사회의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런 저급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힘을 더 실어준 허 특검의 무능과 무기력이 더 안타깝고 아플 따름이다. 하기야 “내 편이면 정의요, 네 편이면 불의”가 되는 이 저급한 세상에서 혹시나 하면서 더 이상의 무엇을 기대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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