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 도를 넘었다. 미국은 해방 이후 줄곧 상전 노릇을 하고 현대사 주요 국면마다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가로 막고 있다. 밀실에서 한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게 한계에 부딪히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은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를 여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마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을 열고 안 열고는 우리의 내정문제다. 우리가 필요하면 여는 것이고 필요 없으면 안 여는 것이다. 미국은 자기 나라가 외세의 분할점령으로 분단돼 있다고 생각하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미국이 동서 또는 남북으로 분단됐다고 할 때 그것도 외세에 의해 분단됐다고 할 때 남의 나라가 남북 간 또는 동서 간 교류하고 협력하는 걸 다른 힘센 나라, 그것도 분단의 장본인이 방해하고 나서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우리나라를 분단시킨 나라 가운데 가장 책임이 큰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한국 국민들한테 자신들에게 고마워하라는 투로 말했는데 그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으로 한반도를 분단시킨 행위에 대해 미안해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 

미국이 소련에게 한반도 분할점령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분단될 리가 없고 분단되지 않았다면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인들의 마음을 모른다. 세계 패권을 주름잡는 대국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탓이다. 

이달 초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의 이름으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어 놓았다. 지난달 말 국무부 동아태부 차관보 대행이라는 사람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을 수행한 기업들 앞에서 오만을 떨었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행태가 전형적인 상전의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조차 해보지 않은 듯한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는 점이다. 그의 말은 한국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비상총회까지 열고 재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청산 조치를 하라고 요구하겠는가. 속내가 청산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개성공단이 곧바로 재개될 줄 알았던 이들이다. 이들의 실망감을 누가 달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 눈치 보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권국가 정부로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리를 내긴 하지만 모기만한 소리를 내는 수준이다 보니 개성공단 입주업체 임직원들과 가족들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밝힌 만큼 통일부,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대통령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표명된 대로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에 대해 간섭하고 개입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내정에 대한 개입인 동시에 민족 구성원 모두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러나저러나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 나라가 한국과 미국인데 한민족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를 거듭하는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미국은 한국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는 중단하는 게 좋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화해와 평화의 빛이 도는 한반도다. 유엔 제재 결의안을 들어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을 차단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미국은 남북 간의 화해가 진전돼야 북미 간 비핵화 협상 타결도 가능하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개성공단 재개를 가로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돕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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