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교단장협의회 명의로 작성된 문건. ⓒ천지일보 2018.8.2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교단장협의회 명의로 작성된 문건. (작성 날짜는 8월 22일이며, 2월 표기는 오타) ⓒ천지일보 2018.8.23

소속 교단장협 내부 합의 문건 입수

 

“엄 당선인, 한기총 정관무시 망언이 발단”

직전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도 퇴출 목소리

 

전 핵심인사 통화 “탄핵, 불가능하지 않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또다시 내부 분열로 혼돈에 빠졌다. 올해 초 어렵사리 대표회장이 선출됐지만, 소송전이 이어졌고 이번엔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에 대한 탄핵, 직전 대표회장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측) 이영훈 총회장에 대한 제명 요구 목소리까지 나왔다.

22일 한기총 소속 일부 교단장들은 내부적으로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인의 탄핵결의 안건 상정’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교단장들은 엄기호 목사가 한기총 정관 무시 망언을 하고, 당선인의 지위로 위력을 행사해 기독교 연합단체를 무법상태로 만들었다며 대표회장 당선인의 탄핵 및 임시총회 소집 요구를 임원회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이 문건은 한기총 소속 교단장협의회 명의로 작성됐으나 직인은 찍히지 않았다. 다만 제보자 A목사는 이 문건의 내용이 내부적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기총 정관 무시 망언’은 지난 9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기총은 제29-4차 임원회의를 진행하던 중이었고, 임원들과 엄 목사 간 의견 마찰이 생겼다. 이에 한 임원이 엄기호 목사에게 정관대로 하자고 발언하자 “정관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한기총이 언제 정관대로 운영했느냐”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천지일보 2018.8.2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천지일보 2018.8.23

교단장들은 엄 목사의 발언에 대해 “한기총의 정통성을 부정한 것으로서 한기총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표회장 당선인은 탄핵돼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이 문건에서는 엄 목사의 대표회장 신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엄 목사는 제28회기 대표회장의 임기가 만료돼 권한대행이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대표회장으로 당선됐다. 엄 목사가 선관위원장으로부터 당선발표와 당선증명서를 수여받았지만, 김창수 권한대행이 대표회장 당선을 선포하고 의결하는 절차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당선인 신분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직전 대표회장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측) 총회장 이영훈 목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이 목사가 한기총의 증경 대표회장으로서 한기총을 지켜야 할 본분을 이탈해 한교총의 대표회장으로서 활동하면서 한기총 정관에 부합되는 교단과 연합활동을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교단장들은 “한기총의 정통성과 위상을 추락시키고, 여러 차례 한기총 탈퇴를 선언함으로 한기총을 혼란에 빠트렸음으로 기하성 여의도측 교단의 행정보류 및 총회장 이영훈 목사의 제명을 결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엄 목사와 갈등구도를 보이는 김노아 목사 측에 대한 처벌을 위한 징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냈다.

김희선 장로가 질서위원장으로 활동하는 한기총 질서위는 사회법 재판 중인 김노아 목사 건에 대해 질서위 자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 조사 결과는 징계 수위와 직결된다.

최근 한기총 회원교단으로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11명은 김 장로에 대한 징계 및 질서위 해체 요청 공문을 엄 대표회장에게 전달한 상황이다. 이들은 김 장로의 장로에 대한 ▲한기총 명예 실추 ▲김노아 목사 고소 건 조사에 대한 절차상 문제 ▲장로 신분으로서 징계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징계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점 등을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천지일보 2018.8.2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천지일보 2018.8.23

이번 문건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의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교단장들은 “국법이 보장하는 소송의 자유를 부정하며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권한과 위력을 사용해 초법적으로 회원징계를 강행하는 것임으로 당선인의 지위에서 탄핵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기총 전 핵심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탄핵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핵심인사 A목사는 “정관에는 탄핵이라는 문구가 없지만 사실상 탄핵이 될 수 있다”며 “일단 대표회장도 모든 임원 중 수장일 뿐 한 명의 임원이다. 임원은 전체 임원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제명될 수 있어서 탄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목사는 한기총의 현재 내부 혼란과 관련해 기하성 측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그는 “여의도순복음 측이 한기총에 들어와서 한기총이 어렵게 된 게 아니겠냐”며 “내부에서는 여의도순복음 측이 오히려 한기총을 망쳤다는 비판이 크다”고 말했다.

본지는 21일 대표회장 탄핵을 촉구 움직임을 보이는 교단장들에 대한 엄 대표회장 측의 입장을 듣고자 한기총을 방문했지만, 한기총 관계자는 관련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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