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국방부가 지난 13일 발간한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둘러싸고 북한은 물론 주변국들의 외교 지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북한은 여전히 이번 천안함 사건을 남한의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북한 대남 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 “용납 못 할 엄중한 도발”이라고 힐난했다.

조평통은 “괴뢰패당은 최종보고서 발간 공개놀음으로 체면을 수습하고 민심에 역행해 대결로 계속 나가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저들의 모략적 정체만을 더욱 드러낼 뿐”이라며 “더 큰 창피와 망신을 당하기 전에 부질없는 모략소동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처럼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강조하는 데에는 내부적 결속을 꾀함으로써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고, 더 나아가 중국과 연대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녹아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시간은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금융압박을 통한 추가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비자금 유통 경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국을 위시로 한 여러 나라의 비난도 경제 교역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만 하는 북한에겐 뼈아프다.

‘북한 구하기’에 나선 중국은 우회적으로 이번 천안함 보고서에 대한 불쾌함을 피력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 통신은 15일 보도를 통해 “한국국민들조차 천안함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지난 14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결과를 인용했는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종보고서를 믿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56%였다.

이번 보도를 두고 외교가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는다. 일부에서는 상식에서 벗어난 북한 편들기 때문에 중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무조건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고립상태에 있었던 북한에 손을 내밀면서 북한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고, 국제사회의 비난도 중국의 위상을 흔들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한편 미국은 속내가 복잡하다. 북한이 ‘유화 카드’를 꺼내든 데다 천안함 보고서에 대한 불신의 기류가 확대되면서 ‘압박’을 기조로 했던 미국 내에서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6자회담 수석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화’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최근 북한에 금융제재까지 취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던 미국 내 결단이 무색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행정부 내에서 ‘대화파’의 입지가 그다지 넓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이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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