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과 관련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총회 재판국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판결문. ⓒ천지일보 2018.8.23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과 관련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총회 재판국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판결문. ⓒ천지일보 2018.8.23

‘명성교회 세습’ 판결문 입수

 

재판국 판결 근거 ‘교단 헌법’

은퇴 앞두고 대물림하면 ‘불법’

은퇴한 후엔 대물림해도 ‘합법’

 

세습금지조항 존재엔 문제제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내에서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나쁜 결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명성교회 세습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국장 이경희 목사)의 판결문이 전격 공개됐다. 20장 분량의 판결문에서 재판국은 교단 헌법과 헌법위 해석을 바탕으로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이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국은 먼저 ‘목회자 대물림(세습)’에 대해 언급했다. 재판국은 “‘목회자 대물림(세습)’이란 용어의 사용은 부적절하다”며 “헌법에서는 목사 청빙 청원으로 돼 있음에도 이 경우에는 세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세상법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반감의 정서를 이용해 여론몰이 특히 국민(불특정 다수)에게 호감을 받기 위해 혹은 반기업 정서의 힘을 이용해 여론형성을 통해 진짜 세습이 이뤄진 양 둔갑시키는 용어”라고 판단했다.

또 ‘세습’이란 용어가 실체도 없고 철학적으로 말하면 형이상학적인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교회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실제로 명성교회에서는 적법한 절차인 당회의 결의와 공동의회의 결의로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청원 건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통과됐으며, 이것이 세습이라고 칭하는 게 언어도단이라고 설명했다. 재판국은 “‘세습’이란 용어 대신 ‘목사 청빙 청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명성교회가 총회헌법 정치 2편 28조 6항 제 1조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를 청빙함에 있어 해당 교회에서 사임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직계비속은 청빙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반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국은 2014년 12월 8일 개정돼 현행 헌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규정을 언급했다. 개정되기 전인 개정안에서는 해당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를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 이 규정은 ‘해당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별도 항목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 후 현행법에는 ‘은퇴한’이라는 내용이 명시된 항목이 통째로 사라졌다.

재판국은 이와 관련해 “‘이미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의 경우 위임(담임) 목사 청빙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명성교회 담임목사 청빙 청원건이 교단 헌법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과 관련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총회 재판국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판결문. ⓒ천지일보 2018.8.23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과 관련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총회 재판국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판결문. ⓒ천지일보 2018.8.23

그러나 이와 관련해 조건호 장로 외 6명 등 재판국원 일부는 “김하나 목사의 부친인 김삼환 목사는 이미 2015년 12월 31일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은퇴했다고 하더라도 후임 담임목사를 청빙함 없이 담임목사직을 공석으로 두는 상태에서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경우에는 당연히 위 규정에 해당하낟고 해석해야 하므로 이 사건 청빙승인 결의는 위 규정에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습 반대 측 주장을 인용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총회재판국은 지난 제101회기 총회헌법위원회가 세습금지조항에 대해 내린 해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헌법위는 “그리스도의 정신이 정한 내용에 합당치 않고 뿐만 아니라 교단이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정치원리 등에 합당치 않아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사료돼 수정, 삭제, 추가 즉 보완하는 개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사실상 세습금지조항을 무효화하는 해석이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재판국은 이번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청원 소송 건에 대해 “양심의 자유, 교회의 자유, 교인의 권리에 대한 기본권을 과잉으로 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국은 이번 판결문에서 상당부분 명성교회 측의 주장을 인용했다. 결론적으로 예장통합 교단은 ‘은퇴한’ 목사일 경우 세습방지법의 유효성과는 상관 없이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줄 수 있는 판례를 남기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라 자부하는 예장통합은 변칙 세습 등으로 암암리 이뤄지고 있는 교회 세습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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