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이 21일 서울 중랑구에서 단선된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2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이 21일 서울 중랑구에서 단선된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2

하루 12~18건 AS업무 소화

등주작업 ‘2인1조’ 안 지켜져

“영업업무 압박까지 일 가중”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2인 1조 작업 환경은 바라지도 않아요. 현재로서는 하루 일하는 건수만 줄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21일 서울 중랑구 상봉역에서 만난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은 휴대전화에 찍힌 고객 주소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강 과장을 포함한 KT 서비스 기술직들은 각자 하루에 보통 12~18건의 애프터서비스(AS)를 소화하면서 영업까지 담당하고 있다. 과한 업무량에 영업 압박까지 시달리며,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일하고 있다는 것이 강 과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KT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KTS북부 관악지사의 수리 기사 이모씨가 서울 관악구 봉천 중앙시장에서 전화 설치 작업 도중 높이 약 4m에서 추락,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KTS남부의 경우 고창지사서 비를 맞으며 일하던 작업자가 감전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T 서비스는 지난 2015년 7월에 설립된 KT의 계열사로 유무선 통신 개통과 AS를 담당한다. 그 중 KT 서비스 북부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을 담당하는데 강 과장의 경우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AS를 맡고 있다.

강 과장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 40분 출근과 동시에 당일 맡은 건수를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강 과장은 KT 서비스에 입사한지는 2년 됐지만 다른 통신업체에서 일한 경력까지 포함하면 8년차인 통신 서비스 업계 기술직 베테랑이다. 그는 하루에 많으면 21건까지 소화한다. 이날 그에게 할당된 업무량은 15건이었다.

차를 타고 이동해 오전 9시 20분쯤 만난 첫 번째 고객은 “TV가 마음대로 꺼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 과장은 수신기로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어댑터가 문제”라며 어댑터를 교환했다. 그렇게 첫 건은 15분 만에 처리됐다.

그는 차에 타자마자 다음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내비게이션과 휴대전화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강 과장은 “정해진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하다 보니 차를 세우고 휴대전화를 볼 겨를이 없다”면서 “만약 (안전수칙을) 다 지키면서 일을 하면 하루에 할당된 건수를 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이 21일 서울 중랑구에서 단선된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2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이 21일 서울 중랑구에서 단선된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2

그는 9시 20분 첫 건을 시작으로 9시 50분 두 번째, 10시 15분 세 번째, 10시 35분 네 번째, 10시 53분 여섯 번째, 11시 10분 일곱 번째까지 2시간 동안 7곳을 다니며 AS업무를 수행했다.

그가 오전 중 마지막으로 방문한 집은 인터넷 선이 끊겨있었다. 이런 경우 전주 위로 올라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강 과장은 사다리를 차에서 꺼낸 후 전주에 세우고 그 위로 올라갔다. 보조 장치 없이 아무도 받쳐주지 않는 사다리 위로 올라간 그는 허리에 있는 초록색 안전 끈을 전주에 고정시키고 끊어진 인터넷 선 연결 작업을 진행했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강 과장은 “오전에 비가 그쳐서 다행”이라며 “비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작업하기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는 “본사 지침에는 비가 오는 경우 감전사의 위험이 있어 등주 작업을 미룰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음날로 미루면 그날 해야 하는 일 또 많기 때문에 미루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래 등주 작업을 할 경우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직원이 부족해 못 한다”고 말했다.

오후 1시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한 그는 “오후 2시에만 4건이 잡혀 있다”며 “일이 이렇게 배당되다 보니 급하게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객 4명에게 오후 2~3시 사이 방문 예정이라는 문자가 가지만 1시간 안에 4곳을 다 방문하는 것은 무리라는 강 과장은 1시부터 미리 일정을 조율했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이 21일 서울 중랑구에서 단선된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2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강현구(29, 남) KT 서비스 북부 과장이 21일 서울 중랑구에서 단선된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전주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2

아침에 들어온 할당량 외에 추가로 들어온 2건까지 오후에만 9곳을 다닌 그는 “이렇게 방문해야 할 곳이 많은데 어떻게 다음날로 일을 미룰 수 있겠냐”며 “주 52시간제 적용 전에는 당일 일을 다 완료하지 못했을 때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AS뿐 아니라 영업까지 해야 했다. 별도 영업팀을 운영하는 다른 통신업계와 달리 기술자가 직접 영업까지 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강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영업 건수로 압박이 들어온다”며 “기술직임에도 설비나 AS를 잘해봤자 영업을 못하면 회사에서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강 과장과 점심을 함께 했던 동료 A씨도 “영업만 아니면 솔직히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동기들 중 여러 명은 영업 부분이 힘들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영업을 못하면 자뻑(쓰지 않는 인터넷을 직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개통하는 것을 뜻하는 은어) 강요도 은근히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어떤 것보다 하루 일하는 건수만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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