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시장은 여전히 기대보단 우려

중소형 건설사 자금조달 난관

“미분양 시 도산은 시간문제”

수급불균형 초래할 가능성 커

소비자도 분양가 상승에 부담

대체로 선분양제를 보다 선호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아파트가 60% 이상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하는 ‘후분양제’가 내달부터 본격적인 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대보다 우려가 높은 분위기다. 올해 공공부문 물량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거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후분양제가 도입된다.

앞서 정부는 6월 28일 올해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부문 2개 단지(시흥장현, 춘천우두)와 함께 화성동탄2 등 4개 택지에서 민간부문의 후분양제 도입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곳에서 후분양제 공급을 우선 추진하고 2022년까지 공공물량(신혼희망타운 등 제외)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민간 부분의 경우 공공택지 우선공급, 기금대출 지원 강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도입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공정률 60%는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단계다. 당초 정부는 공정률 80% 선에서 분양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계약부터 입주 때까지 기간이 짧아 소비자의 자금 마련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공정률 60%에 공급하는 것으로 낮췄다.

정부가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하자·부실시공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개선과 분양권 전매 등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후분양제를 실시할 경우 금융비용의 증가로 분양가격이 상승해 건설사의 부담이 늘어나 공급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자금조달이란 벽에 부딪혀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일정 시점까지 모든 비용을 건설사가 충당해야 하는 만큼 중소형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이 탄탄한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자금조달 능력이 있지만 우리 같이 자본력이 취약한 곳은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자칫 지어놓고 미분양이 되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청약에서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실수요자 입장에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선분양제에서는 실수요자가 집값의 10%만 계약금으로 내고 중도금은 대출을 받아 나눠 낼 수 있어 큰 목돈이 없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결국 분양가 상승은 물론 자금 마련의 기간이 단축돼 소비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의 아파트 실내외 모형을 소비자에게 먼저 보여주고 청약을 받는 선분양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파트의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꼼꼼히 따져서 분양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후분양제의 최대 장점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후분양제 도입을 통해 하자·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대체로 선분양제를 선호한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주장이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후분양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며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분야에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던 이유는 보금자리 공급을 많이 해서 선분양했기 때문”이라며 “당장 들어가서 살지 않더라도 내 집을 미리 예약하다 보니 집값 자체가 안정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후분양제의 경우 다 짓고 나중에 분양하는 데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집값이 폭등세이므로 예약이 잘 안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전면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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