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9

오는 27일 그간 수사결과 발표

김경수 구속 실패로 동력상실

드루킹 진술에만 의존한 ‘한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포기했다. 이는 역대 특검팀 중 최초다.

박상융 특검보는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검법 제2조에 규정된 수사 대상에 대해 그간 진상 규명 정도와 증거 수집을 비롯한 수사진행의 필요성 등 진상 및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특검팀은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한 정도는 아니라고 봐 수사 기한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 특검보는 “수사 기한이 8월 25일 종료됨에 따라 수사 대상으로 규정된 사안에 대한 진상 및 수사상 처분된 내용에 대해 8월 27일 오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팀은 수사를 완료하지 못했거나 공소제기 여부 등을 결정하기 어려울 시 한 차례에 한해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수사기간 만료 사흘 전에 대통령에게 연장을 요청해야 하며 연장되는 기간은 30일이다. 특검팀이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25일까지는 허가 여부를 통보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 20일 회의를 연 특검팀은 22일 오전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6월 27일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특검팀은 오는 25일을 끝으로 60일간의 공식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특히 역대 13번의 특검팀 중 수사 기간 연장을 스스로 포기한 첫 번째 특검팀이라는 이력을 남기고 퇴장하게 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장례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장례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7

그동안 특검팀은 ‘드루킹’ 김동원(49, 구속)씨 일당이 8000만건 이상의 댓글의 공감·비공감을 부정 클릭한 것을 파악해 추가기소했고, 이들이 범죄행위에 이용한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작동방식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본류가 아닌 정의당 고(故) 노회찬 의원을 수사 하면서 ‘별건·곁가지 수사’ 논란을 야기했다.

특검팀은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61) 변호사가 노 의원에게 건넨 5000만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은 혐의를 포착했다. 이를 토대로 노 의원에 대한 수사를 전개했다. 그러나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고, 노 의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특검팀은 수사 중반 큰 위기를 맞았다.

전열을 재정비한 특검팀은 다시 본류로 돌아와 댓글 수사에 집중했다. 특검팀의 핵심 타겟인 김 지사는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인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본 뒤 이들의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6일과 9일 김 지사를 두 차례 소환해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벌인 특검팀은 특히 9일엔 드루킹과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회심의 카드로 진행한 대질신문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특검팀을 미궁 속에 빠트렸다. 드루킹이 일부 진술을 번복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애초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당시 들어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구속영장 청구 시엔 빼기도 했다.

한 가지 혐의에만 집중해 어떻게든 목적을 이루려던 특검팀의 계획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좌절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만 의존해 무리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을 받은 특검팀은 이때부터 수사 동력이 급격히 상실됐다. 송인배·백원우 두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조사도 지지부진했다. 오히려 송 비서관의 경우 또 다시 별건 수사 논란만 키웠다.

결국 드루킹 일당 2명의 추가 구속 등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을 끝으로 60일간의 여정을 마치게 됐다.

특검팀은 남은 기간 드루킹 일당의 혐의를 다지고 김 지사와 도 변호사 등에 대한 재판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가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9일 오후 ‘드루킹’ 김모씨(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날 허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씨를 나란히 소환했고 대질신문을 통해 ‘킹크랩 시연회’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대질신문에 동의한 만큼 저녁 시간 이후부터는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 2018.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가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특검에 재소환된 9일 오후 ‘드루킹’ 김모씨(오른쪽)가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날 허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씨를 나란히 소환했고 대질신문을 통해 ‘킹크랩 시연회’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대질신문에 동의한 만큼 저녁 시간 이후부터는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 20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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