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명성교회는 엎드려 기도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한 명성교회는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또 김하나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이웃들을 돕고 섬기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국민일보 광고 캡처)
20일 ‘명성교회는 엎드려 기도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한 명성교회는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또 김하나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이웃들을 돕고 섬기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국민일보 광고 캡처)

명성교회 “총회 판결 받들겠다”… 김하나 체제 공식화
예장연대, 세습반대서명운동 돌입 “판결 바로 잡아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스스로 교회의 명성에 먹칠을 하면서까지 ‘부자세습’을 강행했다. 세습금지법까지 세워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겠다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가 일반인이 납득하기 쉽지 않는 법해석을 내놓으며 적법하다고 했다.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의 명성교회 세습 적법 판결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세습 면죄부 논란과 신사참배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한국교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판결로 보고, 교단 내에선 세습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명성교회가 총회재판국 판결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20일 ‘명성교회는 엎드려 기도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계 안팎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명성교회는 스스로의 잘못을 자복하고 회개하는 듯한 표현을 써가며 입장문을 냈다. 몸을 한없이 낮추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짧은 입장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목과는 달리 세습을 정당화하고 김하나 목사의 체제를 공식화하는 숨은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세습 철회·회개’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명성교회는 서두에 “명성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염려해 주신 한국교회와 교단의 모든 지도자와 동역자를 비롯한 모든 성도님들께 겸손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8월 7일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목사의 청빙건이 예장통합총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명성교회 입장문은 일간지 광고 형식으로 실렸다. 한국 교계에서 많이 보는 일간지에 입장문을 실어 ‘명성교회 청빈 절차에 하자도 없고 정당하며 적법하다’고 총회가 인정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수년에 걸쳐 잡음과 법정다툼, 갈등과 공방이 계속돼온 사건이다.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한 타 교단과 신도들은 이 같은 입장문을 보면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합법적으로 진행됐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총회재판국 위원들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서 표결 끝에 8대 7이란 간발의 차로 적법하다는 결론을 냈었다.

이어서 명성교회는 “총회의 판결을 겸허히 그러나 무거운 부담감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겸허히(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라는 단어를 써 명성교회는 어떤 결과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결과적으로 총회의 결정이니 받아들이겠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체제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교회는 “격려와 질책 모두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다”며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김하나) 위임목사를 중심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개혁단체들이 요구한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공개 사과와 세습 철회’ 등에 대해선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DB

명성교회의 입장과 달리 교단 내 세습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교회개혁예장목회자연대, 통합목회자연대, 장신대총학생회 등 14개 단체로 꾸려진 ‘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는 지난 18일부터 명성교회 세습반대 공동서명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공동서명 프로젝트는 온·오프라인에서 예장통합총회 직전인 9월 7일까지 계속된다.

세습철회예장연대는 ▲총회재판국 8월 7일 판결을 바로 잡아 줄 것 ▲예장통합총회가 세습금지 조항의 해석을 명확히 해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이란 헌법 해석을 결의할 것 ▲총회재판국 재심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회개, 명성교회의 공적 직위 사퇴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총회재판국 판결 이후 ‘CBS김현정 뉴스쇼’를 통해 “명성교회 하나 문제가 아니라 개신교 자체가 무너지게 생겨서 그게 더 큰 문제다. 그러니까 잠잠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개신교를 적패라 그런다. 그 말을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일어나 저항하고 비판하고 또 총회에 가서 싸우고 그래야 하는 조직적인 일이 일어나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예장통합 총회장 최기학 목사도 목회서신에서 “부끄러움과 책임을 통감한다. 총회의 결의와 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순천지역 목사·장로 256명은 총회를 향해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총회재판국 판결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19일 입장문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는 세습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교단의 헌법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일이기에 원천적으로 무효”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 사태의 최대 분수령은 9월 정기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총회가 이번 103회 총회에서 교회세습 문제를 풀어낼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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