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전남 나주영상테마파크 정문에서 제1 성문 입구로 올라가는 첫 길목인 스타의 거리 바닥에 있는 드라마 ‘주몽’의 주인공 그림이 벗겨지고 훼손돼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 그림을 보수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전남 나주영상테마파크 정문에서 제1 성문 입구로 올라가는 첫 길목인 스타의 거리 바닥에 있는 드라마 ‘주몽’의 주인공 그림이 벗겨지고 훼손돼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 그림을 보수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18.8.17

안내홍보판·편의시설 ‘미흡’

시설관리 ‘허술’ 관광객 ‘불만’

나주시 수년째 ‘적자’ 기록

“지리적인 문제가 가장 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최근 네이버 검색 여행지추천 ‘나주 가볼 만한 곳’ 5위인 전남 나주시 영상테마파크(드라마 주몽 촬영장, 나주시 공산면)가 시설 관리 허술 및 편의시설·체험행사 부족 등으로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의 아쉬움과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17일 주말 오후 전남 광양에서 가족과 함께 나주로 휴가를 온 김종남(가명, 50대, 남)씨는 “인터넷에 검색해서 먼 곳에서 왔는데, 입구 바닥 그림도 벗겨져 시설물들도 방치돼 있고 화장실 냄새도 심하다”며 “이렇게 큰 규모에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데 운영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폭염 날씨에도 휴가를 다른 지역으로 방문해 의미있게 보내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그 지역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방문했을 때 큰 기대에 비해 실망을 안고 오는 경우가 많다.

앞서 기자는 나주영상테마파크를 방문하기 전 시 관계자에게 관광객의 입장과 기자의 입장에서 ‘나주영상테마파크’에 관한 정보를 물었다. 하지만 흡족할 만한 관광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그는 “영상파크 홈페이지는 작년까지 있었는데 해킹으로 운영을 안 하고 있다. 축제나 프로그램 등은 다른 과에서 담당하고 있고, 우리는 시설만 담당한다. 버스는 터미널에서 2시간에 한 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설 관리에 대해선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이날 기자가 방문한 결과, 나주영상테마파크에 대한 나주시의 ‘부실 운영’ 흔적은 곳곳에 역력했다.

◆나주영상테마파크 방문객… “큰 기대에 비해 실망”

테마파크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엔 유모차 대여소가 비어 있었고 제1 성문으로 들어가는 스타의 거리 바닥 그림은 벗겨져 있었다. 저잣거리 맞은편의 ‘너와집’안에는 방치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이곳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캠핑시설도 방치돼 있었는가 하면 지난해 인기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알려진 고구려 궁 근처 등 곳곳엔 관리 미흡으로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서울·광주·경기·경남 등 전국에서 나주영상테마파크를 찾은 관광객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웅장한 규모와 건물 등을 바라보며 옛 드라마에 대한 향수와 당시 추억이 되살아났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시설 관리 허술과 편의시설·체험프로그램 등에 대해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영상테마파크를 찾은 김민영(가명, 30대, 여)씨는 “예전에 어머니가 주몽을 정말 재밌게 보셨다. 그때 기억도 되살리고 좋은 공기도 마시려고 모시고 왔는데, 바람의 나라 세트장 내부에서 곰팡이 냄새가 났다. 특히 폭염에 앉아서 쉴 공간도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 중간성으로 올라가는 저잣거리의 너와집(상점 및 주막)이 텅텅 비어 있다. 이 거리에는 도자기 공방 1곳과 매점 1곳 만 운영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 중간성으로 올라가는 저잣거리의 너와집(상점 및 주막)이 텅텅 비어 있다. 이 거리에는 도자기 공방 1곳과 매점 1곳 만 운영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7

가족과 인천에서 온 이민환(가명, 30대, 남)씨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10년 전쯤 드라마 주몽을 그 당시 배경까지 기억할정도로 열광적으로 봤었다. 막상 세트장에 와보니 소품이 많이 빠져나간 듯하다.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많고 사람들과 상점도 없고 특별히 체험할만한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특히 영상세미나실이 텅 비어 영상 운영이 안 돼서 놀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관광문화과에서 이곳을 담당해서 시설관리나 프로그램 운영이 비교적 잘 이뤄졌다. 하지만 부서가 두개 과(관광문화과, 시설관리과)로 나뉘면서 서로 역할 분담 등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조직 개편을 통해 다시 관광문화과에서 시설과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담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모차 등은 노후 되기도 하고 방문객이 적기도 해서 폭염이라 따로 보관 중”이라며 “폭염이 심해 잡초 등은 날씨가 선선해지면 제거할 계획이다. 카라반(캠핑카)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 곧 옮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7일 중간성 입구 왼쪽 편에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조성된 나주영상테마파크와 어울리지 않는 캠핑카(카라반)가 방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중간성 입구 왼쪽 편에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조성된 나주영상테마파크와 어울리지 않는 캠핑카(카라반)가 방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8.8.17

◆부실 운영 및 수년째 ‘적자’ 원인… 드라마 방영 때만 ‘반짝’

나주시 제공 자료에 따르면 나주영상테마파크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적게는 1억 8000만원에서 3억 3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는 드라마 ‘주몽’ 촬영 세트장을 목적으로 2005년 9월부터 2년에 걸쳐 총사업비 137억 1800만원을 투입해 영산강을 배경으로 조성된 대규모 드라마세트장이다.

현재 관리사무소, 매표소, 청소 및 관리직원 등 6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시설로는 실내세트장 1개소, 영상 세미나실 1개소, 매점 1개소, 공방 2개소가 있으며 한옥 숙박체험장 7개소를 준비 중이다.

이곳에서는 2006년 주몽 방송을 시작으로 태왕사신기·이산·일지매·바람의나라·쌍화점·천추태후·도깨비 등 최근 ‘신과 함께’ 까지 총 14건의 촬영이 진행됐다.

나주영상테마파크의 연간 방문객은 지난 2015년엔 3만 248명, 2016년 3만 6104명, 2017년 4만 440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6월 말 기준 1만 7675명이 방문했으며 입장료, 임대료 등 수입은 2524만 7000원, 지출은 인력운영비·관리비·각종 대행료 등 6575만 2130원이 발생해 상반기에도 약 4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나주영상테마파크 ‘바람의 나라’ 실내세트장 내부에 영상체험관·세미나실 안내 표지판만 있고, 실제 체험관은 조성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천지일보 2018.8.21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나주영상테마파크 ‘바람의 나라’ 실내세트장 내부에 영상체험관·세미나실 안내 표지판만 있고, 실제 체험관은 조성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천지일보 2018.8.21

나주시 관계자는 가장 큰 적자 원인으로 드라마 종영 이후 급격한 ▲방문객 감소 ▲지리적 접근 불편 ▲독자적 활성화 요구 등을 꼽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 중이다.

나주시는 나주영상테마파크 활성화를 위해 도시계획사업 완료 후 ▲한옥 숙박체험장을 활성화하고 ▲캠핑장 운영조례 제정 ▲청소년유스호스텔과 연계 활성화 추진 ▲담당과 이설·통합 운영관리 ▲다양한 축제 및 체험프로그램 개발을 계획 중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영상테마파크 청소년유스호스텔의 경우, 청소년 150인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준공되고 있다”며 “임대를 위해 이번 회기에 조례를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 촬영 현장인 고구려 궁 앞, 인기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방문객에게 재미를 더하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 촬영 현장인 고구려 궁 앞, 인기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방문객에게 재미를 더하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7

◆지역 전문가 및 주민의 다양한 의견 제시

하지만 나주시의 이같은 나주영상테마파크 활성화 계획에도 일부 전문가 및 시민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건철 동신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시의 관광개발 등 노력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회성으로 반짝하는 상품인 드라마세트장만으론 체류형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라며 “주변에 공원이랄지 볼 것과 놀 곳이 더 있어야지 주몽촬영장 보자고 여기에서 숙박을 한다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지리적 접근 문제에 대해선 장행준 전(前) 나주시부의장도 의견을 냈다. “나주라고는 하지만 영상테마파크는 외딴 섬과 같은 위치(나주시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목포까지 이어지는 영상강변도로를 활용해야 한다. 다시면에 교량을 세우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민호 전남영상위원회 국장은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드라마세트장을 관광 연계형으로 만들지 않는 추세”라며 “순천드라마세트장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드라마세트장 운영 실태가 적자로 알고 있다. 말 그대로 해당 드라마가 유행할 때만 반짝하는 사업이다. 시리즈나 기타 연계 사업이 없이는 유지 및 운영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나주영상테마파크 너머에 청소년유스텔(청소년 수련관)이 조성되고 있다.ⓒ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지난 17일 나주영상테마파크 너머에 청소년유스텔(청소년 수련관)이 조성되고 있다.ⓒ천지일보 2018.8.17

윤이정 전남문화관광해설사는 “큰 그림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담당자들의 관심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큰 축제보다도 우선 작은 규모의 축제나 프로그램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심지어는 드라마 홍보판 제작하나에 대한 건의도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모두가 떠난 곳에 유일하게 남아 도자기 공방을 지키고 있는 서연수(40대, 남)씨도 ‘적자로 인한 생활고로 몇 번이나 떠나고 싶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곳은 무궁무진한 역사문화 이야기와 콘텐츠가 있다”며 “지역 예술인들과 정치인·공무원이 정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활성화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나주혁신도시의 한 카페에 모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의 혁신도시 이주민들은 “가 본적이 없다. 나주영상테마파크가 있는지도 몰랐다. 알았으면 이미 방문했을 것”이라며 “전국은 둘째 치고 먼저 지역 내에서 관람객 유치를 위해 홍보와 문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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