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후 ITER 완공, 2030년대 상용화 확신"
(카다라쉬<프랑스>=연합뉴스) "필요가 성공을 이끌어낸다고 볼 때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봅니다"
마우리치오 가스파로토(64) F4E(Fusion for Energy) 부단장은 15일(현지시각)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현지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핵융합 발전을 위한 대형 국제프로젝트의 성공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F4E는 유럽연합(EU)의 핵융합에너지 개발과 ITER 사업을 전담하는 기구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부를 두고 있다.
가스파로토 부단장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는 머잖아 고갈될 수밖에 없고 원자력은 폐기물 처리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에 비해 물과 리튬을 사용하는 핵융합에너지는 연료가 무궁무진하고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핵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ITER 사업은 모험적인 투자임에는 분명하지만, 기존 에너지원이 지닌 위험과 한계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EU는 오는 2019년까지 총 65억 유로(한화 약 10조원)가 투입되는 ITER 사업 건설비의 45.46%를 분담하는 최대주주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6개 참여국은 각각 9.09%를 분담한다.
최근 ITER 사업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공기가 길어지고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서 당초보다 비용이 늘어나 참여국들이 내야 할 분담금이 30% 가량 증액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가스파로토 부단장은 "당장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핵융합에너지가 가져올 이익을 생각한다면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EU 회원국들은 ITER 사업의 경제적ㆍ기술적 측면에 대해 확신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융합에너지는 수소 원자핵이 융합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발전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태양이 빛을 내는 방식과 비슷해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시기와 관련해 가스파로토 부단장은 "ITER가 완성되는 2019년쯤 중요 요소들이 대부분 밝혀진다"며 "이때부터 상용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전단계 시설인 '데모 공장(Demonstration plant)'을 10여년 가동하면서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경제성을 구현한다면 2035∼2040년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 2003년 ITER에 가입한 한국은 현금 분담은 물론 진공용기ㆍ블랑켓 등 조달품 제작 납품, 핵심기술개발, 전문인력 파견 등을 통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ITER와 같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국내에 건설, 지난 2008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는 등 국제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가스파로토 부단장은 "KSTAR의 성공적인 운영은 한국의 핵융합 연구역량을 잘 보여준 것으로 EU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핵융합에너지 연구의 모든 분야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EU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하지만 특히 중성자에 오래 견딜 수 있는 핵융합 실험로 재료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EU와 일본이 '포괄적 접근(broader approach)'을 통해 재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핵융합과 '이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과의 역학 관계에 대해 가스파로토 부단장은 "단기적으로는 원자력이 대세를 이루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융합이 원자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성된 삼중수소를 핵융합의 연료로 쓸 수 있는 등 기술적으로 하이브리드가 가능한 만큼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