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재단 대학 ‘특정종교 신앙인’ 채용 논란

인권위 “종교재단 대학, 채용공고 신앙인 제한 불합리”
대학 “학교란 이유로 특수성 부정은 종교자유권 훼손”

◆종교재단 대학 현황 파악되나
교육통계서비스가 2009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에는 총 1115여 개의 대학(원)이 존재한다. 여기서 국공립대와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및 대학원’ 학교법인 21개를 제외한 사립대 중 종교재단 대학은 몇 개인가.

구완규 한국교육대학협의회 입학관리담당 팀장은 “우선 사립대학 중 종교재단으로 건립된 대학을 정하는 것부터 어렵다. 일반적으로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같은 경우도 재단이 모두 개신교지만 보통 일반대학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명칭 자체에 종교와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경우만 골라내기도 애매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학교법인이 아닌 사립대 중 종교재단으로 설립된 대학을 고르기 어려워 정확한 실정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2008년 6월 26일에 고시한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 및 대학원 설치· 경영 학교법인ⓒ천지일보(뉴스천지)
◆행정직 특정 종교인 제한 ‘차별’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재단이 설립한 대학이라도 행정직원을 뽑을 때 지원 자격을 특정 종교인으로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해 권고했다.

진정인 이모 씨는 지난해 하반기 불교 재단 동국대와 개신교 재단 서울여대의 행정직원모집에 응했으나 채용공고에서 동국대는 ‘불교도신행증’을, 서울여대는 ‘교회 출석증명서’를 요구해 원서를 내지 못하게 되자 이를 시정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 대학은 “재단이 종교이념을 구현하려는 목표로 학교를 세웠으므로 신앙생활을 하는 직원만 채용하겠다는 데 문제가 없다”며 “건학이념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평가도도 낮아져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행정직 직원들은 교리 전파를 본연적인 업무로 한다기보다 학교조직 운영 및 관리 사무에 맞춰진 행정사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면서 “직원채용 공고 시 종교인을 선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해당 종교를 갖지 않은 지원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종교의 자유라는 이유로 지원자들의 직업 선택이 침해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6조는 근로자의 신앙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동법 제2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감봉 등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인권위는 덧붙였다.

◆학교, 특수성 부정 ‘위법’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회복지부위원장을 지낸 김양원 인권위원과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출신인 한태식 인권위원은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위 학교는 국·공립학교와 달리 종교적 건학이념이 반영된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학교라는 이유로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 제 20조의 종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직업 선택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두 권리 모두 최대한 그 기능과 효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고 하면서도 피진정인의 입장을 부정하고 있음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극히 제한적(노사협회, 관련부서의 승인 또는 종파의 합의 등) 방식으로 제한을 허용하는 수준으로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우리 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종교의 초월적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가 있어야 하는 복합적 판단이 요구되며,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합리적으로 숙고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특정 종교인을 채용하는 대학에 이미 권고를 내린 상태지만 양측은 미묘한 감정으로 대립하고 있다. 국내 종교재단 학교 현황도 아직 파악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 권고 받은 두 개의 학교가 ‘종교자유’와 ‘직업자유’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수 있을지 고려해 볼 일이다.

한편 인권위 홍보담당자인 윤설아 사무관은 “인권위에서 나간 권고문은 강제력이 없다 보니 피진정인이 스스로 관행을 변경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면서도 “이제까지 85% 정도는 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수용하는 입장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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