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 아동성추문’ 이어 국내도 성폭력 사건 빈번
  목회자 권위.권력 남용 막는 법 규정 필요 목소리 높아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할 성직자들이 외려 성범죄 파문에 휩싸이며 전 세계적으로 종교계가 성직자 도덕성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에 종교계 내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성직자에 대한 고발과 피해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아일랜드 정부는 2005년 진상 규명에 나섰고, 지난해 5월과 11월 아일랜드 가톨릭 교단에 의해 1975년부터 30년 동안 성당과 수도원 학교 등에서 저질러진 아동 성추행 고발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에는 30여 년 동안 감춰졌던 약 1만 5000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됐으며, 정부는 “성학대·강간·폭력은 아일랜드 가톨릭계 기술학교와 고아원에서 70여년간 만연해 있던 현상”이라고 고발했다.

아일랜드 사태를 계기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학대’ 사례가 수백 건씩 접수됐다.

지난 1월 독일에서 가톨릭학교 내 성추행 사실이 30여 년 만에  폭로된 후 27개 전체 교구 중 20여 개 교구에서 170여 건이 추가 신고됐다. 더 놀라운 건 현 가톨릭 교황인 베네딕트 16세의 형인 게오르그 라칭어 신부가 1964년부터 30여 년간 이끌어 오던 독일 남부의 레겐스브르크 돔스파첸 소년 성가대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보고됐다는 것이다.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몇 사람은 레겐스부르크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 독일 사회의 충격은 컸다.

이 외에도 독일과 인접국인 네덜란드에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신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정이 350건이나 접수돼 교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지난 10일 벨기에 가톨릭교회의 성추행 조사위원회는 지난 1~6월까지 100여 명의 피해자로부터 457건의 피해사실을 접수해 조사한 결과, 가톨릭 성직자 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20명이 자살을 시도했으며 이 중 1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가톨릭 성직자 성추행 사례를 검토한 결과 피해자 20명은 성추행의 영향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직자 아동성추문 사건’이 잇달아 폭로되며 파문이 커지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3월 20일 아일랜드 신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목서신을 보내 사죄했다.

교황은 “사제와 신자, 수녀들에 의해 ‘죄악적이고 범죄적인’ 유린을 당했던 아일랜드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공식 사죄했으나, 성추행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구체적 대책이 없고, 교회법을 강화하는 등 개혁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 독일이나 스위스 등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아일랜드 교회의 책임으로만 축소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비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도덕성이 강조되는 종교계에서 성폭력과 성추행이 일어나는 이유는 위계질서가 강하고, 대부분 남성중심적 집단인 상황에서 사회적인 권력을 남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개신교에서도 성직자 성추문 사건이 끊이지 않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여중생의 나체를 몰래 촬영하고 주보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도사에게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다는 이유로 겨우 벌금 50만 원이 선고돼 큰 논란이 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교회에서 일하던 지난 2008년 4월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공사장 주차장에서 같은 교회 피해자 여학생을 강간한 뒤 지난해 1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성폭행했고, 자취방에서 자고 있던 여학생의 알몸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협박했다.

법원 관계자는 “청소년 성범죄는 처벌이 더 엄격해야 하는데 그 동안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적용에 따라 합의가 이뤄지면 처벌을 할 수 없었다”면서 “최근 관련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는 처벌이 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군포 소재 모 교회에서 자신의 교인인 10대 남녀 청소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성폭행한 60대 목사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노영상(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박사) 교수는 한 언론매체에서 “각 교단 목회윤리 규정이 필요하며 권위적 리더십, 목회자 영적 남용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자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교회내 성폭력은 증가하고 있지만 교단이나 목회자들은 서로 감싸주기에 급급하다”며 “사회법으로 처벌을 받았을 때만 교회 안에서 처벌을 하겠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소장은 “교회에 윤리위원회를 두고 체계적으로 교회법을 만들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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