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 교단 통합추진위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기연 사무실에서 한국교회 통합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천지일보 2018.8.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 교단 통합추진위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기연 사무실에서 한국교회 통합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천지일보 2018.8.17

12월 첫주 통합총회 개최 합의

한기총과 통합은 여전히 숙제

[천지일보= 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통합을 선언했다. 한기연과 한교총 명칭으로는 처음 통합 선언을 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두 번째다.

한교총과 한기연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 사무실에서 통합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 단체는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 연합기관은 통합선언문에서 “한국교회가 오늘날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 모두의 자만과 불순종의 결과”라며 “서로를 서로의 잣대로 재단함으로써 다툼과 분열에 이르도록 방기한 책임 또한 막중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몸을 이뤄 새롭게 출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오는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12월 통합총회의 대표회장은 3명을 공동대표로 추대하고, 이 중 1인을 이사회 대표로 추대할 방침이다. 또한 두 기관의 회원은 모두 인정하되, 공교회(교단)를 중심으로 운영키로 했다. 통합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논의를 거쳐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통합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 번번이 이루지 못한 ‘통합 선언’

보수 성향의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은 수년간 여러 차례 통합을 추진해 왔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다.

한국교회 보수진영에 대한 통합 요구는 지난 2012년 한기총에서 이단 및 금권선거 문제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현 한기연)이 떨어져 나온 후 계속해서 제기됐다. 특히 개신교 근간이 되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며 한국교회는 극적인 통합 연출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분리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회원교단 인준 관련한 기준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에 대한 통합을 요구하며 압박하던 교단장협의회는 초강수를 뒀다. 두 단체가 통합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세를 형성하는 교단이 모여 단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주요교단장들은 비법인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결성했다.

한교총이 주도해 한기총과 한교연 등 세 단체의 통합 추진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는 모양새였다. 이후 통합 주도권에 대한 신경전이 일었고, 통합 논의는 다시 안개속으로 빠졌다.

지난해 7월 한교연과 한교총은 명칭을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하는 통합선언을 하고 통합총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관합의 문제로 불발됐다. 한교연은 정관문제와 세부통합 절차 협의 요청이 묵살됐다며 지난해 11월 통합 결렬을 선언했다. 교단장들은 한교연을 제외하고 한기연을 창립할 계획을 세웠고, 한교연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교단장들이 한기연 창립총회를 열기로 한 기일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고 한교연의 명칭을 돌연 ‘한국기독교연합’으로 변경했다.

교단장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교단장들은 한교총 명칭을 그대로 이어서 다시 한 번 창립총회를 했다. 결국 한교총은 수차례 비공식, 공식적 창립식만 수차례 거치며 탄생했지만 오히려 대외활동에는 족적이 거의 없어 유령단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들어 다시 한교총과 한기연, 한기총의 통합 물꼬가 트이는 듯했다.
지난 4월 3일 한기총과 한교연은 통합합의서를 작성했다.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 합의서에는 ▲통합 합의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양쪽에 통합결의를 마치고 통합 ▲7.7.정관을 기본 골격으로 하되 그 당시 가입된 교단은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으면 그대로 인정함, 그 이후 한교총·한기총 가입교단은 인정하되 문제가 되는 교단은 재심의해 받아들임 ▲양쪽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중계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한기총 법인 존속 문제로 내부 반발이 일었다. 결국 통합 선언서는 추진되지 못한 채 휴지조각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통합선언도 “통합해야 통합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 신상범 목사는 “또다시 무산될 경우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충분히 협의 과정을 거쳤다. 양 기관의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통합 성공해도 2012년으로의 회귀일뿐

이번에 한교총과 한기연이 극적인 통합을 이뤄낸다 해도 한국교회 보수진영은 결국 2012년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분열될 당시로 돌아가는 수준이다. 한기총과 통합을 하지 않는 이상 연합기구가 하나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기총과의 통합은 더욱 불투명하다. 한기총은 최근 내홍으로 ‘대표회장 탄핵’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김희선 장로의 질서위원회 활동에 반발하는 회원들로 촉발된 갈등은 엄기호 대표회장의 리더십 자질 논란까지 불러 오고 있다.

김희선 장로는 사회법 재판 중인 김노아 목사 건에 대한 한기총 질서위 자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에 최근 한기총 회원교단으로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11명이 김 장로에 대한 징계 및 질서위 해체 요청 공문을 엄 대표회장에게 전달한 상황이다. 이들은 김 장로의 장로에 대한 ▲한기총 명예 실추 ▲김노아 목사 고소 건 조사에 대한 절차상 문제 ▲장로 신분으로서 징계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징계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점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엄 대표회장은 이같은 회원들의 거센 반발로 골치를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총은 복잡한 내부 문제가 진정되기 전까진 외부와 통합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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