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시진핑 주석은 9월 평양에 나타날 것인가
[통일논단] 시진핑 주석은 9월 평양에 나타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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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과 중국은 ‘혈맹’이라고 곧잘 말하지만 진작 양 정상외교는 동맹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마오쩌둥 주석은 1976년 사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평양을 방문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아들을 ‘조선전쟁’에 파견해 희생시켰지만 그 희생의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평북 대유동광산에 자리 잡고 있던 중공군 사령부의 팽더화이 사령관의 러시아어 통역으로 참전했던 마오쩌둥의 아들 모안영은 야간에 소등하고 갱도로 들어가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김웅 조중사령부 북한 측 부사령관이 보내준 계란 8알을 몰래 구워먹다 미국 전폭기의 폭격에 사망한 것이다. 당시 사령관이 모 주석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즉시 시신을 베이징으로 송환하겠노라고 보고하자 모 주석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조선전쟁에서 죽은 우리 군인들 전사자를 모두 송환한 후 내 자식은 제일 마지막으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한다. 하여 아직도 모안영의 유해는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공군 묘역에 그대로 안치돼 있고 얼마 전 김정은 위원장도 거기를 찾아 참배했던 것이다. 북·중 관계는 오묘하다. 사회주의 형제 국가이면서도 전통적 주종(主從) 의식이 어른거린다. 사회주의 공동체 이데올로기와 조공(朝貢)의 역사, 접경, 국력 차의 지정학이 씨줄 날줄로 얽혀 있다. 북·중은 일제 항일 시기와 국민당·공산당(국공) 내전기의 동지이자 한국전쟁의 혈맹이다. 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간에는 전략적 불신이 교차한다. 양자 관계는 전통 계승과 변화, 밀월·유착과 긴장·갈등의 이중주다.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특수 관계다. 그 원점은 마오쩌둥(毛澤東)과 김일성에서 비롯됐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은 마오의 전쟁이기도 했다. 항미원조(抗美援朝) 기치 하의 1950년 10월 중국군 참전은 마오가 밀어붙여 이뤄졌다. 북·중은 전선에서 밀리자 그해 12월 작전을 일원화하는 연합사령부도 구성했다. 사령관은 펑더화이(彭德懷) 중국군지원사령관이, 부사령관은 북한군 참모장 김웅이 맡았다. 현재의 한미연합사와 같은 구조다. 펑은 53년 정전협정의 중국 측 서명자다. 전쟁을 통해 북·중 당·군부 간에 두터운 파이프가 형성됐다. 인맥은 북한에 양날의 칼이었다. 원조의 버팀목이었지만 내정 간섭의 끈이기도 했다. 56년 북한 내 ‘8월 종파 사건’ 당시 친중 연안파(延安派) 숙청에 대한 중국의 간섭은 대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 이후 한 차례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북·중 관계는 1949년 수교 이래 군 대 군, 당 대 당, 정부 대 정부의 3각 유대 관계를 형성해왔다. 마오쩌둥 이후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지도자는 예외 없이 임기 중 평양을 방문했고, 김일성·김정일도 베이징 등 중국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 실권자가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년 넘게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베이징과 다롄을 세 차례에 걸쳐 방중했다.

이제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차례다. 시 주석이 북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에 맞춰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북 당국은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을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3차 정상회담 일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시 주석이 ‘9.9절’에 맞춰 평양을 방문할까. 가게 되면 후진타오 주석 이래 13년 만의 중국 최고 지도자 방북이다. 근래에는 지난 2015년 북한 노동당 창당 기념식에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류윈산이 방문했던 것이 최고 수위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6월 시 주석 주재로 중앙 외사공작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역사성, 대국성(大局性), 현실성에 기초해 한반도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한다. 역사성-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지역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이고, 대국성-현재 한반도 정세는 복잡다단하지만 핵심은 미·북 간의 갈등이라는 점이며, 현실성-미·중 국력 격차를 감안, 무리하게 북한을 옹호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미·중 관계 정립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국익에 이롭다는 뜻이다. 외사공작회의 세 가지 원칙에 비춰보면 시 주석의 올해 방북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미·북이 비핵화 방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데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면 워싱턴을 자극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중국 당국은 북한의 배후 내지는 후원자라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 내년은 북·중 수교 70년. 양쪽이 다 좋아하는 꺾어지는 해다. 2009년 수교 60년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했다. 그래서 시 주석은 내년에 방북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그러나 현 한반도의 정세하에서 시 주석이 이번 9.9절 전후 평양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중국은 북한을 완전히 껴안는 ‘대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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