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중국유학생이 모두 간첩이라니
[이재준 문화칼럼] 중국유학생이 모두 간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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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손자병법의 ‘용간(用間)’은 첩자를 이용하는 계책을 서술한 것이다. 고대 중국의 군주나 명장들은 용간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상대 전력을 정확히 파악해 전술에 이용하는 것은 최고의 전략이다. 

손자는 용간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인간(因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생간(生間)이 그것이다. ‘인간’은 적국 주민을 첩자로 쓰는 것이다. ‘내간’은 적국 관리를 포섭해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반간’인데 적의 첩자를 아군의 첩자로 활용하는 것이다. 바로 이중간첩이다.  

천하의 조조도 용간을 지지했다. 그러나 유비가 이용한 반간에 의해 그만 적벽대전 참패의 수모를 겪는다.  
- 조공이 말했다. 부득이 전쟁을 치르게 될 때는 반드시 먼저 첩자를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적의 실정과 속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曹公曰, ‘戰必先用間, 以知敵情實也’) -

고대 고구려는 용간술에 능했다. 장수왕은 바둑을 잘 두는 승려 도림(道琳)을 백제에 보내 한강 위례성을 무너뜨렸다. 왕에게 거짓 제언을 하여 국고를 고갈시키고 대단위 토목공사를 일으켜 민심이반을 유도한 것이다. 결국 백제 왕 개로는 첩자 도림의 꼬임에 빠져 아차성 아래서 장수왕에게 참수된다. 

일본군은 임진전쟁 때 많은 첩자들을 데리고 부산에 상륙했다. 조선어를 잘하는 ‘닌자(忍者)’들을 승선시킨 것이다. 이들이 돌아다니며 조선군이나 백성들을 매수해 용간술을 폈다. 소서행장(小西行長) 휘하에는 약 50명의 첩자가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사실이 징비록에 기록된다. 
- …평안도 안주에서 평안수사(平安水使)에게 보내는 밀서를 한 군관에게 들려 보냈다. 이 군관은 강서(江西)의 병졸인 김순량에게 술값을 주고 대신 밀서를 전하도록 시켰다. 왜(倭) 첩자 앞잡이였던 김순량은 수사에게 갈 밀서를 왜장 소서행장에게 갖다 바치고 암소 한 마리를 얻었다… -

신라시대 중국에 파견되는 유학생들을 숙위학생(宿衛學生) 혹은 견당유학생(遣唐留學生)이라고 불렀다. 숙위학생이란 당나라 황제를 시위(侍衛) 한다는 뜻이다. 신라 왕족들의 자제에서 선발됐는데 이들은 당 황실의 중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문무왕대 숙위학생이었던 풍훈(風訓)은 당나라군의 향도가 되어 신라를 침공하는 데 앞장섰다. 당나라 측천무후가 신라 실정에 밝은 풍훈을 ‘용간’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풍운을 앞세운 당군은 임진강 전투에서 신라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은 숙위학생과는 다른 견당유학생의 신분으로 당나라 빈공과에 합격했다. 통일신라시대 70명이 넘게 당나라 과거에 급제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은 귀국해 당나라의 발전된 문물을 신라에 접목시키는 중요한 일을 많이 했다. 

최근 일본의 한 신문이 미국 국가방첩보안센터(NCSC)의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 내 중국유학생들이 간첩활동을 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유학생들이 모두 간첩’이라고 폭탄선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매년 35만명의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간첩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중국 정부가 실지로 이들을 용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양국발전을 위해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도 대통령이 나서 선량한 유학생까지 싸잡아 간첩이라고 비난한 것은 정상답지 못하다. 첩자 문제는 양국 대결을 더욱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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