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요즘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창업가는 온통 경영상의 애로사항에 지치고 힘들다. 창업자금은 항상 부족하여 임대료, 개발비, 마케팅비 등 줄줄 나가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규모가 큰 기업과 달리 창업기업이 전문가를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구인도 문제지만 소수의 인력이 각자의 영역만을 담당하므로 팀워크나 업무분담이 어렵다. 창업가가 손수 일을 다 하거나 소수인력이 과중한 업무를 하기도 한다. 조직원 모두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이어야 한다. 소규모조직은 체계가 안 잡혀있어 구성원의 조직이해와 역할이 충분치 않다. 시스템보다 개인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창업기업가나 조직원 개인은 자신의 일은 물론 조직업무에 대해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을 하는 인재를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자신의 임무 외에 자발적으로 조직에 도움이 되는 행동의 사람이다.  

며칠 전 한 백화점에 갔다.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빈 공간이 없어 4층까지 올라갔다. 차량은 줄을 이었고 카트를 미는 고객들은 차량 사이를 오가는 등 산만한 분위기였다. 통로입구에 주차요원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멀거니 서 있었다. 안내 손짓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노인 한 분이 “멍하니 서서 뭐하는 거야”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노인말씀에 공감하면서도 ‘아직 어리니까’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백화점 측에 대한 실망이 앞섰다. 쇼핑을 끝내고 나오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한 쪽 차선을 막고 주차한 트럭 때문에 양쪽이 막히고 지하에서 나오는 차량까지 겹쳐 아수라장이었다. 이때 한 젊은 요원이 호각을 불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엉킨 차량을 풀기 시작했다. 40도의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결국 차량들이 원활히 빠져나가도록 했다. 여성의 짐도 들어주는가 하면 장애인고객의 주차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처럼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대조적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이 백화점이 제 역할도 못하는 직원들을 방치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law of broken glass)’처럼 하나의 잘못이 큰 문제로 불거지는 조직이 될지, 주차장 출구의 청년처럼 좋은 이미지와 성과를 가져오는 직원들로 긍정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거두는 조직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회사에서 두 청년에게 주차관리에 대한 행동지침이나 규정에 의해 일하도록 당부했을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의 차이는 조직시민행동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의무나 강제성이 없어 안 해도 불이익이 없는데도 업무수행의 현격한 차이는 존재한다. 유사한 예로써, 주민이 아파트 내 담배꽁초를 줍거나, 청소년을 계도하거나, 힘든 직장동료를 위로하거나, 단체 등산에서 오이나 생수를 가져와 나눠주거나, 판매사원이 아니어도 고객의 짐을 들어주는 등의 행동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고 조직에 애정을 갖게 하며, 소속감이나 구성원으로서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창업을 해서 작은 회사조직을 꾸미게 되면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가 형성된다. 창업주는 당연히 모든 것을 걸고 사업에 전념해야 하지만 이에 더해 피고용주가 자발성을 가진 파트너였으면 하고 원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피고용주는 자신의 업무테두리에서만 일을 하려한다. 이런 경우 협력이나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창업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좋은 인재란 개개인이 1/n(한사람 몫)이 아닌 1+α(한 사람 이상의 몫)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기도 하다. 하더라도 스타트업에 조직시민행동을 하는 인재들이 몰려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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