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호주 동북부에 위치한 퀸즈랜드 주의 타운스빌 해안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태평양의 풍광과 왈라비라는 캥거루계의 귀여운 동물로 대표돼 입소문으로 유명한 휴양지이다. 이 섬의 이름과 동일한 과학용어가 최근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플라스마(Plasma)는 물리학에서 기체를 이루는 원자나 이온화해 생성되는 하전입자의 무리를 일컫는 용어이다. 마그네틱 아일랜드(magnetic island)는 플라즈마를 가두는 자기장 중 일부가 섬처럼 고립되는 현상이다. 전 세계 과학계에서는 태양과 같은 거의 영구적인 핵융합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 안에 가두고 있는데 이를 가둘 수 있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자기장의 유지가 핵융합발전 구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의 하나라는 것이다. 우주공간으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태양의 원리를 이용해 오염 없는 친환경 에너지의 무한공급을 이루고자 하는 과학의 열망이 여기에 있다. 

태양의 중심은 1억도가 넘는 초고온 상태이며, 이 상태에서 물질은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가벼운 수소 원자핵–수소는 원자번호 1로 가장 가벼운 원소이다-이 서로 융합해 원자번호 2인 헬륨이 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헬륨은 2개의 수소가 합한 무게보다 가벼운 형태로 생성되며, 이 2개의 수소와 생성된 헬륨 간의 무게의 차는 에너지 보존 법칙, 즉 에너지의 형태가 바뀌는 경우,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차단하면 물리적 변화, 화학적 변화에 관계없이 전체의 에너지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 따라 에너지로 방출된다. 다시 말하면 질량이 감소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한다. 핵 융합반응은 현재 우리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핵분열에 비해 에너지원인 중수소를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핵 융합으로 생긴 헬륨은 안정적이어서 방사선을 내지 않아 현재의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 방식에 비해 매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으며, 발생 에너지도 훨씬 더 높은 여러 장점이 있어 핵융합발전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융합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하며, 이 플라스마를 가두는 웅덩이나 그릇과 같은 핵융합장치가 필요하다. 즉 초고온 상태에서의 플라스마를 진공용기인 핵융합로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며, 이 과정에서 생성된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발생된 증기는 터빈을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절차가 바로 핵융합발전의 원리인 것이다. 마치 댐에 갇혀 있는 물이 댐문을 열면 하강하는 힘으로 터빈을 돌리고 그 힘이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의 원리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융합로는 수시로 변화하는 플라스마를 안정화시키고, 내·외부의 큰 온도와 압력차, 자기장을 만드는 대용량 전류로 인한 불안정 현상 발생 등 불안정성을 극복해야 하는 큰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통상 마그네틱아일랜드(자기장섬)는 자기장 바다위에 불쑥 솟은 형태로 출현해 안정적 핵융합에 장애가 되는 현상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그네틱 아일랜드가 오히려 플라스마 붕괴를 억제하고 가둘 수 있는 성능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마그네틱 아일랜드의 발생이 그 외부에 있는 플라스마의 흐름에 변화를 주어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플라스마라는 형태 자체가 매우 불완전하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특정현상에 대한 좋음, 나쁨의 현상을 단적으로 정의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특이하고 재미있는 현상이 자기장 바다에서 나타나는 마그네틱 아일랜드 현상이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마그네틱 아일랜드의 형태와 매우 유사하게 안쪽이 약간 파인 도넛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명명이 더 오래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기막힌 인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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