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스케치] 창과 방패 같은 집짓기는 피해야 한다
[건축스케치] 창과 방패 같은 집짓기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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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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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빈둥대다보니 찬바람이 불어온다. 벌써 처서가 됐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당연한 바람이 불어오자 앞서는 생각이 더 많아진다. 불안감이랄까? 미뤄두고 잊은 일은 없나 허둥대기도 한다. 닥치면 되겠지 하던 그 시간이 오니 왠지 초조해진다.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태양열 집열판이 유행처럼 앞 다투어 설치되던 때에는 태양빛을 많이 받을수록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니 뜨거운 대기도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태양열 집열판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적은 비용으로 무더위를 해소하는 것이다. 누진세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을 지으면 응당 설치하고 싶어 하는 장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더울수록 큰 역할을 하는 제품이고 더워야 필요한 제품이기도 하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년의 더위를 염려하며 잊혀져간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를 기대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걱정하며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성장해가면 장래가 걱정된다. 아이의 밝은 미래에 장애물이 될 만한 것들은 원천봉쇄하기 위해 급히 치워냈던 일들이 아이가 그 이상 상상력을 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하루살이에게는 하루 이상의 미래는 없지만 한 세기를 살아야 하는 사람은 하루 앞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어제 일을 후회하고 내일 일을 걱정해야 한다. 창과 방패처럼 악한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무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다시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방어할 방패를 만들어 기다려야 한다. 창과 방패 이야기처럼 누가 더 센지 겨루는 것은 이미 어리석은 일이다.

건축은 항상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설계비가 아까워 적은 비용으로 설계를 하면 공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건축주는 일이 되고 만다. 부실한 도면으로 지어지는 집은 설계자도 건축주도 아닌 시공자의 의도대로 지어진다. 도면의 내용들이 부실하기 때문에 시공자가 끌고 가는 방향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때부터 일, 이천의 비용은 쉽게 새어나간다. 부실한 도면을 기반으로 공사를 시작하면 아깝다고 생각한 설계비의 곱절의 비용이 빠져나가게 된다. 설계할 때 사용된 조율 기간이 아깝다고 푸념했지만 도면이 부실할수록 공사기간은 나일론처럼 쉽게 늘어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문만 듣고 믿는 사람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건축사가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어떻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의 집을 잘 지을 수 있을까?

아이가 부모의 기대대로 성장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처럼 집을 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집짓기는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무조건 방어하거나 공격하기보다는 조목조목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따져가면 미지의 세계에 장벽을 뚫기 위해 창을 만들기보다는 가까운 건축사를 찾아 이야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화로 집을 짓는다는 말이 있듯, 건강한 집짓기에 있어 대화는 아주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단 물리적인 다양한 지식을 축적해 집짓기에 도전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건축사를 찾는 것이다. 처서(處暑)에는 경청할 준비가 된 건축사와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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