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종합사회복지관 내 주부 동아리인 ‘바게뜨’회원들이 13일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할 치즈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부 동아리 ‘바게뜨’… 소외 이웃에 온정 담은 ‘빵 봉사’

▲ 치즈케이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빵’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스승으로부터 가장 행복한 빵을 만들라는 명을 받은 김탁구. 여기 김탁구 만큼이나 행복한 빵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주부들로 구성된 동아리 ‘바게뜨’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바게뜨’는 서울시 송파구 가락종합사회복지관에 소속된 주부 동아리 중 하나로 빵을 직접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주는 등 3년째 봉사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시설인 ‘사랑쉼터의집’에 손수 만든 빵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바게뜨’란 예전 동아리 담당 사회복지사가 겉은 딱딱하고 울퉁불퉁하지만 속은 말랑말랑한 빵 바게트를 본떠서 만든 명칭이다.

동아리 ‘바게뜨’ 회원들은한 달에 2번씩 모여서 어떤 빵을 만들지 의논하고 하루 오전 시간을 빵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바게뜨’ 2기 회장인 나유정(50,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씨를 비롯해 배현미(42,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씨와 김은경(47,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씨가 13일 아침일찍부터 가락종합사회복지관 요리실에 모여서 한 판이 넘는 계란을 깨고 반죽을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식탁에는 치즈 버터 계란 레몬즙 등 ‘찜 치즈케이크’ 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놓여 있다. 평소에는 든든한 끼니가 될 수 있게 영양 만점 재료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주로 만든다. 치즈케이크는 명절을 앞두고 주부들이 정한 특별 메뉴다.

나유정 회장은 “추석 때에도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맛있는 샌드위치를 선물하고 싶지만 동아리 회원이 주부들이다 보니 시댁에 가느라 모이질 못한다”면서 “이번에 치즈케이크를 만들면 ‘사랑쉼터의집’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자유자재로 샌드위치·과자·빵 만들기가 가능하지만 처음부터 능숙했던 것은 아니다. 나 회장은 “예전에 옥수수 빵을 만드는데 계량을 잘 못해서 옥수수 가루가 많이 들어간 적이 있다”며 “부드럽고 고소해야 할 빵이 오븐에서 딱딱하게 굳어서 나와 난감했다”고 지난 추억을 전했다.

빵을 오븐에 넣고 40분이 지나자 젓가락을 든 나 회장과 주부들은 오븐을 둘러서서 치즈케이크를 요리조리 찔러본다. 온도를 똑같이 맞췄음에도 색깔, 부풀러 오른 케이크 모양새가 다 다르다.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욕심은 없지만 요즘 새 오븐을 장만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빵을 구운 지도 2~3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감으로 온도를 맞출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지만 오븐이 낡아 온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게 바게뜨 동아리 주부들의 걱정이다.

걱정도 잠시, 치즈케이크가 완성되자 바게뜨 동아리 주부들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오랜만에 만든 케이크라서 잘 만들어질까 무척 걱정했다고. 한동안 흐뭇한 미소로 완성된 빵을 바라보던 이들은 ‘인내·정성·협력’이 뒤따랐을 때 비로소 바게뜨 동아리만의 빵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김은경 주부는 “빵을 만들 때 동아리 주부들의 모습은 다 다르다. 누군가는 정성스레 온도를 맞추고 누군가는 기웃기웃 거리면서 재미있는 입담으로 지루함을 없애준다”며 “각기 다른 모습들이 조화를 이뤄서 더 맛있고 행복한 빵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이 다가오는데 명절 음식을 만들 때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서로 돕는다면 조금 피곤하더라도 행복한 명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빵 봉사를 해 주부들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주부들이 봉사에 나서자 가족의 응원과 즐거움도 배가 됐다.

배현미 주부는 “학생들은 채워야 할 봉사시간이 있다. 딸아이는 내가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늘 봐왔다”며 “봉사를 어렵거나 따분하게 생각하지 않는 딸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완성된 치즈케이크를 먹기 좋게 5등분으로 자른 뒤 정성스레 포장해 ‘가락종합사회복지관’ 스티커가 붙여진 갈색 종이가방에 담았다.

나유정 회장은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에서도 찜통을 통해 간단하게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며 “빵을 직접 만들어서 가족, 나아가 이웃에게 베풀면 ‘빵이어도 똑같은 빵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평소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바게뜨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추석이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면 더 많은 이웃에게 나눠줄 빵과 과자를 만드느라 바쁘다. 동아리 바게뜨 회원들은 1년에 한두 번씩 장애 학생들에게 그동안 갈고닦은 과자 만드는 방법도 전수한다.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미령 가락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 많은 동아리가 있지만 빵 봉사 동아리는 그중에서도 인기가 있다”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만큼 더 고소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이웃에게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동아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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