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머리 모양을 한 채 장애우나 노인분들에게 미용봉사를 하는 송재은(49) 웃음전도사는 늘 웃음까지 덤으로 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걸어 다니는 게시판 ‘송재은 웃음전도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특이한 머리모양 하나로 웃음을 주며 자원봉사 정신을 몸에 달고 사는 한 사내가 있다.

통장을 시작으로 영농회장, 바르게살기운동 홍보이사, 대한적십자사 홍보부장, 환경단체 반장, 가정지킴이 상담원, 안전관리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미용봉사단장 등 그가 해보거나 현재 하는 다양한 직책이다.

송재은(49) 웃음전도사는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이경숙미용장(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미용봉사회를 이끌고 장애인 시설과 요양원을 찾아 활발한 미용 봉사를 벌이고 있다.

그의 아내 이경숙 씨는 2002년 미용분야에서 경기으뜸이로도 선정된 적 있는 뛰어난 미용장인이다. 딸 송은지(24) 씨 역시 미용사로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 다만 송 전도사는 미용기술 대신 샴푸부터 수건을 빨고,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등 궂은 잡일을 다 맡아 하기 때문에 미용사보다 더 바쁘다.

이런 송 전도사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는 자원봉사자라고 대답한다. 노인 분들과 장애우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언제든지 미용실 일을 제쳐놓고서라도 가족 모두가 미용 봉사를 떠난다.

송 전도사가 이 일을 하게 된 지는 13년째다. 처음 미용봉사를 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는 아내한테 “우리가 갚을 빚이 얼만데 봉사를 다니냐”며 반대했다고 했다.

하지만 못이기는 척하고 장애인시설 봉사에 한 번 나섰더니 기분이 좋았다고 하는 그는 “이전에 부도도 나서 생활이 힘들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하자”는 마음을 먹고 정기적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됐고, 점점 재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고양지역 미용봉사회를 꾸려 지금까지 꾸준히 하게 됐던 것이다. 많을 때는 한 달 내내 할 때도 있었다.

그가 고양시에서 미용봉사회를 주도하고 이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은 부천, 춘천, 서울, 충주 등 4개 지역에도 미용봉사회가 조직돼 회원만 총 200여 명이 된다. 이전에는 먼 곳까지도 미용봉사를 갔던 송 전도사는 각 지역에 리더급들을 세워 자체로 봉사할 수 있도록 갖췄다.

그는 미용봉사에만 그치지 않고, 후원봉사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즉 미용봉사 회원들을 대한적십자사에 회원으로 가입시켜 정기적으로 한 달에 5천 원 혹은 만 원씩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미용인들이 세법을 잘 모르는데, 이렇게 정기적으로 후원하면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가 있다. 좋은 일도 하고 아울러 자신들도 혜택 받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난다”라고 말하는 송 전도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같은 정보를 적극 알려주고 권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 가게에 온 손님이 미용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차라리 정기후원 하나를 써주는 것이 더 좋다”며 “연말에 공제 받고 하더니 요즘은 오히려 정기후원금을 인상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정도”라고 뿌듯해했다.

미용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대한적십자사 정기후원을 하는 회원에 가입시켜 현재 300명을 훌쩍 넘겼다. 자체적으로 시작했던 미용봉사회도 지금은 대한적십자사 산하로 들어가 있을 만큼 발전했다.

▲ 송재은 웃음전도사가 경로당에서 봉사하는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아내의 내조에 웃음전도사 자처

송 전도사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가 웃음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던 배경에는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운 아내 이경숙 미용장의 내조가 바탕이 돼 있다. IMF 시절 카메라 대리점을 차렸다가 사기를 당하고, 대출 받은 돈도 모두 날린 송 전도사는 자살까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당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 아내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였다. 그의 아내는 그를 탓하지도 않고, 오히려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를 해 준 것이다. 이를 통해 송 전도사는 여자들의 작은 한마디가 어려운 남성들에게 힘을 줌으로써 건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아내 이경숙 미용장은 처녀 시절 ‘남자 손만 잡아도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었다. 우연히 송 전도사의 사촌여동생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됐고, 송 전도사가 결혼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시댁 노부모를 잘 모셔야 된다’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결혼해서 지금까지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니,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

결국 아내에게 힘을 얻은 그는 새 출발 한다는 의미로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빡빡 밀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내는 흉하다며 머리에 산 모양을 만들어줬다.

처음에 그는 야단치는 어르신들도 있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시선에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사촌 형이 암 선고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가 자신의 특이한 머리모양을 보고 사촌 형뿐 아니라 암환자들이 모두 웃는 모습을 보곤 머리 모양을 바꾸지 않기로 결심하게 됐고, 특이한 머리는 이러한 계기로 현재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이다.

그는 “개그맨들은 웃기려면 엄청난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하지만, 나는 그냥 걸어만 다녀도 웃길 수가 있다”며 “웃는 사람들은 건강에도 좋으니,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얘기도 못 나눌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아내 덕에 이같이 180도 확 바꼈다.

▲ 아내 이경숙 미용장인이 천지일보 창간 1주년을 축하하는 헤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캠페인이나 행사 때마다 머리에 퍼포먼스

고양시에서 송재은 전도사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그는 어디를 가나 주목받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특히 그는 ‘환경의 날’ ‘공명선거’ ‘장기기증’ 등 캠페인의 문구를 머리에 새기고 홍보하는 것은 물론 고양시에서 열렸던 ‘세계역도선수권대회’ ‘김연아 아이스쇼’ 등과 관련된 글귀를 새기고 행사장에 나타나 응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게시판’이다.

특이한 머리로 인해 TV 방송에도 50회 가량 출연하면서 고양시의 얼굴이자 유명인이 됐다. 이에 몇몇 단체나 기업에서는 그의 머리에 단체명이나 기업명 혹은 로고를 새기고 광고를 하는 대신 후원금을 건넨다고 한다. 후원금은 모두 그가 자원봉사를 하는 데 쓰인다.

그는 대기업에서도 광고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전했다. “그래야 자원봉사를 할 때 자금 때문에 할 수 없는 부족한 부분들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진정한 자원봉사자였다.

가장 최근에는 자원봉사단체인 (사)만남이 광복절날 개최했던 ‘나라사랑 국민행사’에도 참여해 공연자들의 분장을 도왔다. 민간인이 주체가 된 만남 자원봉사단체의 뜻 깊은 행사를 보고 감명 받았다는 그는 “이번에는 뒤늦게 알아 분장 봉사만 참여했지만, 다음에 또 하게 될 때는 헤어작품 부스를 마련하거나 간단한 실버 헤어쇼나 장애우 헤어쇼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멋쟁이 모델 대신 소외계층들이 헤어 모델이 돼 무대에 서게 된다면, 이들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장애우나 노인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행사 때마다 연출한 헤어 퍼포먼스 ⓒ천지일보(뉴스천지)

◆ 더 큰 봉사 위해 시의원 출마하기도

그는 지난 6월 지방 선거에 무소속으로 고양시의원에 출마해 머리는 무궁화 모양을 하고, 옷은 호랑이 무늬를 띤 옷을 입고 유세활동을 벌이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해 주변의 권유로 시의 복지예산권을 갖고 있는 시의원이 되고자 했던 것. 오랫동안 직접 현장에서 봉사활동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실질적으로 복지 활성화에 보탬을 주고 싶어 했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낙마했다.

송 전도사는 “아마 내 머리를 보고 안 찍어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머리를 점잖게 하라는 말도 들었다”면서 “시의원들은 사실 당선이 되면 시민들이 만나기도 힘들고 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지 등을 확실히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머리 모양을 고수했다”며 아쉬워했다.

◆ 자원봉사는 나의 사명

자원봉사를 사명감으로 하고 있는 송 전도사는 “자원봉사자라면 흔히 할 일 없어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라며 “정말 바쁜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더 많이 한다. 자원봉사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 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돈을 많이 벌면 봉사를 하겠다고 일부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마 못할 것이다. 그래서 봉사는 어려울 때에도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참여해주는 것 자체만이라도 자원봉사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그는 봉사 시설기관에 대해서도 “학생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일부 담당자가 일일이 지시를 해야 하는 등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환영해주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같이 송재은 웃음전도사는 자원봉사자로서 사회에 빛이 되고,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등 우리 사회에 본보기가 되고 있었다. 그의 바람대로 자원봉사가 전 국민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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