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뮌헨 안보국제회의에서 연설하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출처: 뉴시스)
지난 2016년 뮌헨 안보국제회의에서 연설하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출처: 뉴시스)

유엔 평직원서 수장까지 올라

전 세계 지도자들 애도 물결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아난 전 총장이 9·11 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국제적 혼란의 시기에 유엔 수장을 지냈다며 “양심과 도덕적 중재자로서 유엔과 자신을 내던졌으며, 특히 유엔평화유지군이 지킬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 유엔에 활력을 불어넣은 공로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난 전 총장은 아프리카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유의 카리스마뿐 아니라, 평소 공손하고 절제된 언행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가나 쿠마시에서 부족장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첫 유엔 근무를 시작했다. 유엔에 첫발을 들인 지 35년 만인 1997년 사상 첫 평직원 출신으로 유엔 수장 자리에 올라 국제 분쟁 해결과 유엔 개혁 등을 위해 애썼다. 7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2006년까지 두 번의 임기를 지냈다.

특히 그가 1998년 유엔사찰단 문제 협의를 위해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사담 후세인과의 직접 협상을 한 것은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로도 꼽힌다. 일시적이나마 이라크와 서방의 긴장을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재임 시절인 2001년에는 아프리카 내전 종식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이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던 데다, 노벨평화상 100주년 기념 수상자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컸다.

이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정부는 성명을 내고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숭고한 정신과 업적은 유엔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온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도 깊이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원칙과 이상을 지키려고 했던 그의 비전과 용기는 늘 존경받고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아난 전 총장은 여러 면에서 유엔 그 자체였다”며 “그는 평직원에서부터 시작해 독보적인 위엄과 결단력으로 유엔을 새천년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난 전 총장은 그 누구보다도 유엔의 임무를 몸소 실현했다. 장벽을 허문 뒤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추구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며 “그의 진실함과 끈기, 낙관주의, 그리고 인간애는 그가 국제사회에 뻗은 손길 하나하나에 스며들었다”고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서 “위대한 지도자이자 유엔의 개혁가인 그는 이 세상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며 “그가 태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헌신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차분하고 단호한 접근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성명에서 “글로벌 문제에 있어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별도 성명에서 “나의 오래된 친구의 열정과 영감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며 “우리가 아난 전 총장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그의 유산과 정신을 계속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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