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신드롬] “정치권에서는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
[공정사회 신드롬] “정치권에서는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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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솔선수범 필요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의 기치로 내건 ‘공정사회론’이 최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정사회론’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청와대에서는 지속적으로 ‘공정’을 들고 나왔으나, 구체적인 기준이나 밑그림이 없어 반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이 원칙에 위배되는 사안들이 터지면서 ‘공정’의 원칙은 결국 이명박 정부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고, 그제야 공정사회론이 현안 과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8.8개각에 따른 청문회에서 말 바꾸기로 일관하다 거짓말이 탄로 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부동산 투기의혹, 위장전입 논란으로 이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무색하게 만든 신재민․이재훈 장관 내정자 두 명이 낙마했다.

특히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이 외교부 특별채용에 자신의 딸이 취업하도록 한 특혜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유 장관이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외교부는 물론 정부 각 부처의 채용 특혜 검증이 실시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어 닥쳤다.

한편 이러한 인사파동에 적용했던 잣대를 지속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적용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정사회론’과 관련해 “기득권자에겐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정부와 여당이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27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도 “기득권 세력부터, 정치권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하겠다”고 했고, 31일 국무회의에서도 “공직자를 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공정성이란 한마디로 ‘게임의 규칙’
“시민사회 차원의 의식개선 운동 필요”

▲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이념인 '공정사회론'에 관한 보고서를 최근 청와대에 제출한 윤평중 한신대 교수. (연합뉴스)
‘나부터 솔선수범 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강연자로 초청받은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의 ‘공정한 사회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강연 이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는 9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우리나라에서 단기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그것은 불공정한 시스템과 과정이나 절차 그리고 기득권자 즉, 정치인들이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을 달리 이르는 말이 바로 ‘선량(選良)’이다. ‘선출된 어질고 뛰어난 인물’이라는 이 말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윤 교수는 “일률적으로 말하면 위험할 수도 있으나, 일단 현역 정치인들(고위공직자)이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8.8 개각에 따른 청문회에서 불거진 위법적인 사안들, 박연차 게이트, 검찰스폰서 비리 등이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것이 바로 ‘불공정 사회의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윤 교수는 꼬집었다.

‘게임의 룰을 지키는 것’, 그는 이것이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가장 선행돼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공정성이란 한마디로 ‘게임의 규칙’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고 공동체의 목표를 이루는 가장 큰 명제가 되는 것이 법”이라며 “이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가장 큰 주체가 정치권이기 때문에 정치권부터 공동체 운영의 규칙인 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공동체의 일원인 국민들에게도 ‘공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예외가 아니다. 윤 교수는 ‘공정사회론’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로 ‘새치기 하지 말기’ ‘반칙하지 말기’ 등을 꼽으면서, 정해진 법과 제도, 규칙을 충실히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이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의 원칙을 실현해 나가는 데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기득권층의 저항이 완강할 것이라고 말한 윤 교수는 “옛말에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기득권층은 자발적으로 양보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던져진 ‘공정한 사회 실현’ 과제는 ‘스텝 바이 스텝’이 필요하다고 윤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특정 정부 기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이 기지를 모아가면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기철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차장도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법률안 몇 가지만 수정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 파고들어 있는 리베이트, 스폰서 문제 등을 투명한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에서도 대국민 캠페인이나 의식개선 운동 등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각 분야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각론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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