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러시아 사할린주(州) 유즈노사할린스크 소재 광장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에 참가한 북측 공연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8일 러시아 사할린주(州) 유즈노사할린스크 소재 광장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에 참가한 북측 공연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측, 체제선전 노래 다수 불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남북예술단의 합동공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 사할린에서의 일제 강제징용 80주년 행사가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사할린주(州)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는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 80년을 기리는 공연이 열렸다. 사할린주한인회가 주최한 광복절 행사에는 남측에선 국립국악원, 북측에선 삼지연·모란봉 악단 소속 공연단으로 꾸려진 ‘통일음악단’이 참여했다.

이날 남북예술단의 합동공연을 보기 위해 1만여명의 군중이 공연장을 찾았다. 이번 남북합동공연은 1992년 ‘통일예술축제’ 이후 사할린에서 26년 만으로,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판문점 선언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공연은 국립국악원과 사할린 한인 3~4세들로 이뤄진 현지 에트노스예술학교의 흥겨운 길놀이로 시작됐다. 국립국악원 ‘판굿’과 ‘진도북춤’이 관중들의 흥을 돋웠다.

북측 통일예술단은 북한 노래를 비롯해 전통 민요와 러시아 노래를 불렀다. 다만 이들은 체제 선전성이 강한 노래를 다수 선보이며 공연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이들은 공연 초반부터 ‘조국 찬가’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사랑의 빛발’ 등을 불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는 사전에 남북이 민간 남북문화기획자 등을 통해 주고받은 프로그램에는 없던 곡이었다.

남북예술단은 전날 진행한 리허설에서 무대 말미에 ‘아리랑’ 합창을 부르기로 했지만, 당일에는 북측 홀로 노래를 불렀다.

주최 측은 행사 종료 후 사전에 남측에 말한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흐른 데 대해 국립국악원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무대를 마친 뒤 북측 최철호 통일음악단 단장은 “동포들의 축제를 축하하기 위한 목적의 공연이기 때문에 남측과 (이번에 공연할) 곡들을 (사전에 남측과) 협의할 필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할린한인회는 북측의 공연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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