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재판부가 지난 14일 안희정 전(前)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선고 내린 것을 규탄했다. ⓒ천지일보 2018.8.1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재판부가 지난 14일 안희정 전(前)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선고 내린 것을 규탄했다. ⓒ천지일보 2018.8.18

5000여명 성폭력 끝장 긴급집회
김비서 “죽어야 미투로 인정받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가해자 측 받아쓰기 사법부 규탄한다. 무죄판결 환영하는 남성연대 박살 내자. 가짜뉴스 유포하는 너희가 언론이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이 18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긴급집회를 열고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前) 충남지사의 무죄 판결을 규탄했다.

미투시민행동은 미투운동 이후 지속적인 대응을 위해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 살겠다 박살 내자’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집회는 #미투시민행동에서 기획한 5번째 성차별·성폭력 끝장 집회다.

오후 6시 기준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참석자들은 지난 14일 안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한 사법부를 비판하고, 미투 운동에 대한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집회에서 ‘안희정 성폭행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지은씨가 보낸 편지를 대독했다. 김씨는 편지글을 통해 “지난 3월 이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죽어야 제대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 하나 생각한다”며 “이 악몽이 언제쯤 끝나고 일상은 언제쯤 찾아올지 모른다”고 전했다.

김씨는 재판부를 향해 “가해자의 증인과 증거는 들으면서 나와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해줄 판사를 만나게 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산 노동자이자 평범한 시민일 뿐”이라며 “권력자와 상사에게 받는 위력과 폭력은 내가 당한 것과 같다. 판사들은 성폭력은 다르다고 하지만 일상에서 당하는 무수히 많은 폭력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만연한 2차 피해에도 수사는 더디다”며 “저들은 저열하게도 앞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릴 것”이라고 대중의 동참을 요청했다.

‘안희정은 유죄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김정아씨는 “안희정이 본인의 입으로 성폭행을 인정했었다”며 “그런데도 사법부는 김지은 전 비서가 잘못했다며 판결문에 가득히 썼다”고 주장했다.

반면 집회를 바라보던 유모(남)씨는 “김지은과 안희정 간 여러 가지 의심 가는 정황이 있다”며 “안희정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만한 최소한의 증거도 없는데 사법부가 어떻게 혐의를 인정하냐”고 반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부터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했다. 이후 이들은 30m 현수막 찢기, 구호 함께 외치기 등 퍼포먼스와 공연 등을 진행했다.

애초 이번 집회는 오는 25일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안 전 지사 무죄 선고로 앞당겨졌다고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전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4일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안 전 지사의 선고 당일 여성단체들은 서부지법 앞에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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