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파면 위기에 내몰린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부실장 인사를 단행하려다 조계사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MBC의 보도에 대해 조계종이 허위보도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조계종은 17일 밤 긴급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는 MBC가 이번엔 가짜뉴스로 불교를 훼불하고 있다”며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의 일방적 주장만을 보도하는 등 공정성마저도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무원의 압박을 피해 설정스님이 서울 법련사에 은신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며 “법련사에서 휴식을 취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련사는 설정스님이 가끔 숙소로 이용하던 사찰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은 “법련사에서 보도를 접한 설정스님은 MBC가 PD수첩에 이어 또다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내보냈다”며 “이는 종단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명백한 허위 가짜뉴스를 보도한 MBC뉴스데스크의 보도행태 등 지속적인 훼불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MBC를 상대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같은 날 MBC뉴스데스크는 “설정 원장은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측이 집행부 임명을 막기 위해서 자신을 감금했다고 주장했다”면서 “종무원 20여명이 설정스님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섰고, 한 직원이 직인을 들고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17일 오전 설정스님은 정범스님을 사서실장에, 대구불교방송 사장 법일스님을 총무부장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을 지낸 효림스님을 호법부장에 임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원로회의 인준을 앞두고 인사를 단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총무원 부실장·국장·일부 재가종무원들 등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 언론에 따르면 인사 임명에 실패한 설정스님은 서울 종로구 서울포교당 법련사로 갔다. 설정스님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하지만 설정스님의 개인홍보 담당자라고 밝힌 장모씨는 “설정스님이 쫓겨난 게 맞다”며 “그 이유는 자승 전 원장이 원하지 않는 스님을 총무부장에 임명하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부장스님들과 국장스님, 재가종무원들 모두 총무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100% 자승 전 원장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난 8~9개월 동안 설정스님은 맘대로 인사단행도 못 했다. 모든 것을 자승 전 원장이 제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정스님이어서 여기까지 버틴 거다”며 “설정스님은 정말 개혁하고 싶었다. 자승스님에게 벗어난 조계종을 만들고 싶었다. 자승 전 원장과 부딪치면서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설정스님을 총무원장직에서 내리려는 자승스님과 여기에 저항하는 설정스님 사이의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놓고 종단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설정스님 사퇴 이후에도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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