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1984’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사상경찰에 체포돼 애정성(愛情省) 고민실로 소환된다. 죄목은 부인을 사랑한 죄다. 윈스턴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아기를 낳기 위한 목적 외에 사랑하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된다.

경찰은 가택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윈스턴이 쓴 일기장을 찾아낸다. 일기 가운데 ‘자유란 2+2=4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소설 속에서는 절대 권력자인 ‘빅 브라더’가 내세운 ‘2+2=5’라는 셈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근거로 당국은 스미스가 반체제 인물임을 확신한다.

‘2+2’의 이론을 만들어 낸 ‘1984’는 1984년의 오세아니아가 배경이다. 하지만 소설이 쓰인 시기는 1940년대 후반이었기에 작품은 20세기 묵시록으로도 불린다. 조지 오웰은 ‘1984’ ‘동물농장’과 같이 정치를 풍자한 소설을 주로 썼다. 그가 살았던 곳은 영국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작품에서는 독재주의를 배경으로 삼는다.

빅 브라더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평화요, 자유는 예속이며, 무지는 힘이니’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당국은 텔레스크린으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감시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정이 점점 메말라 간다. 이곳에서는 사사로운 감정조차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한다.

개인은 빅 브라더의 세상(Big Brother Land)을 일구기 위한 기계 부품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적인 공간이 없다. 집안에도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할 수 없다. 언어는 지배당하고 진리는 당국이 원하는 것에 따라 만들어지고 변형된다.

오세아니아는 기존의 언어를 없애버리고 빅 브라더를 위한 언어를 만들면서 세상을 재창조하려 한다. 늘 이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윈스턴이 일기를 쓰기 시작할 무렵 그는 언어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국가가 불필요한 단어를 용납하지 않았기에 글을 창조하는 것은 그에게 굉장한 시도였다. 더군다나 언어 활용을 금기시 여기는 곳에서 말이다.

애정성에 끌려간 윈스턴은 고문 끝에 결국 굴복한다. 빅 브라더 체제를 진심으로 추종하는 사람으로 바뀌며 먼지 쌓인 탁자 위에 ‘2+2=5’라고 썼다. 그리고 그는 총살당한다.

조지 오웰이 작품을 소개할 당시, 동서냉전이 한창일 무렵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빅 브라더를 소련의 스탈린으로 곧 연상했다. 작가의 눈에 소련은 비논리가 상용되는 독자적 국가로 비춰졌다. 소련이 해체된 지 약 20년이 흐른 지금, 빅 브라더 세상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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