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죄악이며 엄중한 사안… 교황, 피해자 편에 서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300명 이상의 성직자들이 아동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적 학대를 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에 교황청이 “부끄럽고 슬프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16일(현지시간) 교황청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법원에서 발표한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런 끔찍한 범죄를 직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딱 두가지 뿐”이라며 “부끄럽고 슬프다(shame and sorrow)”고 했다.

앞서 14일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대배심이 2년여 조사 끝에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70여년간 가해 성직자만 300명 이상이었으며 피해 아동은 1000명이 넘어 충격을 안겼다. 대배심은 수십명의 목격자와 6개 가톨릭 교구의 수십만 페이지의 내부 자료 검토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사결과 대부분 피해자는 소년들이었고, 사춘기 이전 시절이었다. 일부는 성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쉬 샤피로 검찰총장은 “주내 및 바티칸의 고위 성직자들에 의한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다”며 “은폐는 정교했고, 놀랍게도 교회 지도부가 성학대와 은폐 기록을 보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렉 버크 교황청 수석 대변인은 “(성학대는) 죄악시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혐의”라며 “교황청은 이 사안을 대단히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학대를 명백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과거에서 힘든 교훈을 배워야 하며 가해자들과 이런 가해를 가능하게 해준 이들에게 모두 해명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교황은 이러한 범죄들이 신자들의 믿음과 영혼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계신다”며 “교회와 사회 전체에서 미성년자와 약자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버크 대변인은 “피해자들은 교황이 그들의 편에 서 계시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며 “고통받은 이들은 그분의 우선순위이며, 교회는 죄 없는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이 끔찍한 일을 뿌리 뽑고자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및 은폐 의혹이 잇따르면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칠레 주교단 31명은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은폐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에도 미국 워싱턴 대주교를 지낸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도 미성년자 성적 학대 의혹이 불거져 사임했다. 교황청 서열 3위인 조지 펠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 또한 현재 호주에서 과거 아동 성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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