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김기춘 “朴 지시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요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검찰 조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징용소송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으며, 법원행정처장과의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1일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을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요구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김 전 실장이 진술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삼청동 회동 전 청와대와 외교부가 회의를 열고, 강제징용 소송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런 회의 내용을 2013년 11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자리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정홍원 전 국무총리, 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회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최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에는 삼청동 회동에 배석한 윤병세 전 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차한성 당시 처장도 삼청동 회동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강제징용 생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재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 다시 접수됐으며, 대법원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이 같은 방식으로 소송을 미룬 뒤 법관 해외파견 자리를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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