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출처: 뉴시스)
파울루 벤투 감독. (출처: 뉴시스)

대한축구협회 선임 기준에 부합

키케 플로레스, 가족문제 걸림돌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한축구협회(KFA)의 선택은 결국 파울루 벤투(49, 포르투갈)였다. KFA는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었던 벤투 감독을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 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남자축구 A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벤투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함께 선임된 코치 4명과 오는 20일 입국해 9월 A매치를 준비한다. 벤투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김 위원장은 “수준 높은 코치와 함께 진정성을 보인 벤투 감독과 합의에 이르렀다”며 “면접한 감독 가운데 가장 좋은 인상을 받았다. 감독과 코치들은 모두 프로페셔널했고, 높은 수준을 전문성을 갖고 있었으며 어떻게 훈련을 통해 실현할 것인지 잘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유능한 감독이라는 판단 하에 기술적 자료를 점검한 결과 4년간 인내하고 잘 지원하면 분명히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감독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에 앞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월드컵 예선 통과 또는 대륙컵 우승을 지도한 감독 ▲세계적인 리그에서의 우승 경험 ▲새로운 한국 축구의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KFA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 직후부터 신임 감독 후보군을 정하고 저울질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유럽을 기반으로 하는 수준급 지도자들이 한국에 오길 꺼려했다. 4년 6개월이란 긴 계약기간도 장애물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제시한 후보도 있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키케 플로레스(53, 스페인) 감독은 가족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신임 감독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신임 감독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두 번째 출장에서 플로레스 감독과 어렵게 접촉했다. 집까지 갔다”며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는 부분에 대해 직간접적 어려움을 표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축구에 대해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손흥민 밖에는 답하지 못했다”며 “(한국 대표팀을 맡을) 준비가 잘 안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후보군들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내건 조건에도 부합한다.

그는 ‘유로 2012’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앞세워 포르투갈의 4강행을 이끌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선 스웨덴을 제치고 본선 무대를 밟았다. 스포르팅 리스본을 지휘해 포르투갈 컵대회 우승도 두 차례 차지하는 등 클럽 경험도 다양하다.

아울러 4년 계약을 비롯한 한국 거주 등에 대한 부분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이어진 3차례 클럽 생활에서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경질된 기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FA가 벤투 감독을 선임한 것은 결국 한국 축구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네티즌들이 원하는 명장급 뿐만 아니라 젊고 가능성이 큰 지도자들조차 한국행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관측이다.

이 상황에서 반등이 필요한 벤투 감독이 한국행에 동의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2003~2004년 부임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이후 14년 만에 포르투갈 출신 사령탑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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