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중국전문 대기자

중국 총칭시는 3000만 명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직할시다. 1억 명을 자랑하는 스촨성이 주위에 포위하고 있는 직할시다. 원래는 스촨성에 소속돼 있었던 하나의 도시였다.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공업화 되는 과정에서 인근의 농촌지역까지 도시영역으로 확대해 인위적으로 독립된 세계 최대의 도시로 만든 것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도시다.

한때 국가 없는 설움을 당할 때 잠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지기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도시에서 중국역사를 새로 쓰는 대개혁이 시작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독특하게 갖고 있는 ‘후지(戶籍)’ 개혁이다.

우리말로 호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제도는 근 60년 동안 중국 사회를 집단적으로 통제하고 사회불평등을 낳은 중국특유의 유일한 국내적 작동원리를 갖고 있고, 중국만의 국가질서 확립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회 행정 제도이다.

후지제도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58년 1월 9일 후지제도에 관한 법이 실시되면서 중국전역의 31개성에서 전면적으로 실시됐다. 한 사람이 태어난 곳이 농촌이면 농촌 후지가 되고, 도시에서 태어나면 도시 후지가 영원히 되는 이 제도는 지금까지 중국역사에서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었고 한 사람의 인생의 성공 여부를  도ㆍ농이라는 출생지에 따라 강제하고 제한하고 있었다.

금번 8월 1일부터 총칭시에서 시작된 후지개혁은 대도시 중소도시 농촌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도․농의 사회적 차별의 근원이 되어버린 원천을 없애버리고, 중국의 도시화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중국 내수시장을 확대시켜 세계최대 공장을 세계최대 소비시장으로 확충하려고 하는 중국발전의 장기적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왜 문제가 됐고 기대되는 효과가 무엇인가? 문제는 농민공(農民工)으로 대표되는 농촌출신 후지소유자는 도시에 살더라도 집을 매입 시 우대혜택이 없고, 연금도 없으며, 의료보험도 없고, 진학 시에도 학비 등 불이익을 받고, 취업 시에도 차별을 받는다.

모든 영역에서 차별의 시작이면서 끝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에서 후지제도가 불평등의 전형으로 자라잡고 있는 것이다.

이번 후지개혁의 시작은 총칭시에서만도 1000만 명의 농촌후지를 도시후지로 2020년까지 바꾸어주는 시도다. 성공리에 마침으로 해서 크게 5가지 부문에서 효과를 볼 것으로 중국 총칭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첫 번째는 도․농 간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많은 농촌 사람을 도시 후지로 전환시킴으로 해서 도시 생활의 사회 각 분야에서 동등하게 대접받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대량의 농촌인구가 합법적으로 도시로 유입되면서 도시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강함으로써 노동생산력을 점차 강화시키고, 농민이 도시민이 되어 소득이 증가하여 도ㆍ농의 생활 차이를 해소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도시의 역동성과 젊음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넷째는 소비확대를 이룬다는 것이다. 도시인구의 증가는 구매력 확충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경제발전의 토대를 확고히 이루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에 총칭시에서 금년도 목표가 338만 명 정도를 도시후지로 바꾸어 주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이 1만 위엔(180만 원) 정도만 1년에 더 소비한다면 338억 위엔 이상의 소비 진작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장기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바로 8억 명의 농촌인구를 6억 명으로 나아가 4억 명으로 줄여 농촌인구를 도시민화 시켜 구매력을 진작시킴은 물론 농촌빈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가져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후지제도의 개혁으로 중국을 공업화 도시화 현대화 시키는 시간들을 더욱 단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2050년 부국강병의 국가를 만든 것이 중국식 사회주의를 완성하는 일정한 단계로 중국 위정자들은 보고 있다. 앞으로 40년 국가의 장기발전의 동력을 고민과 고민끝에 2억 명이나 유랑하는 농민공 문제의 해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후지개혁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너무나 큰 중국 전 지역을 한 번에 개혁하는 것보다 상징성을 갖고 있는 총칭시에서부터 후지개혁을 시작하여 그들이 경제발전전략에서 실재 효과를 본 점선전략을 후지개혁에서도 재차 시도하여 성공을 전면적으로 담보 받으려고 하고 있다.

세계제조업의 본고장에서 세계 최대 소비국가로 전환시켜 2008년 금융위기이후 미국의 위축된 국제경제력을 빌미로 제조권과 구매권을 동시에 잡는 호기를 후지개혁으로부터 하나씩 구체화시키는 중국의 국가 장기전략의 거보를 후지개혁부터 내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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