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9월 초는 대학교 2학기 강의가 시작되는 때다. 이번 학기에 경원대 태권도학과 교양수업 체육사 강의를 맡게 된 필자는 첫 강의를 마치면서 깜짝 놀랄 일을 겪었다.

2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강의 자료를 주섬 주섬 챙기고 있는데 과 대표인 한 학생이 갑작스레 “차렷, 경례”라고 선창하자 70여 명의 학생들이 “교수님,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복창했다.

군대나 중ㆍ고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학생들 모두 전혀 어색하지 않은 표정으로 예의를 깍듯이 차렸다. 대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인사를 받고 과 대표 학생에게 “태권도학과 수업은 모두 강의가 끝나면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경원대처럼 정규강의 시간이 끝난 뒤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표하는 경우는 국내 대학에서는 거의 없다.

필자가 이 대학을 자랑하고 싶어서 이러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받드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고 아름다운 장면이어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느니, 인사성이 없느니 하는 등의 질책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천년 전 바빌로니아 점토판 문자에서도 “요즘의 젊은이들은 버릇이 너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젊은이에 대해 걱정을 했으니 이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핵가족 시대에 귀하게 자라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예의범절을 배워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다.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자식이 부모를 때리는 패륜적인 행동들을 우리 사회에서 왕왕 보게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수년 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도 그동안 대학생들의 일탈된 모습을 많이 보았다. 수업 중에 선생님 앞을 휙 가로질러 나가기, 야한 문구가 들어간 모자를 쓴 채 강의를 듣는 학생, 강의시간 30분이 지나 들어와도 전혀 미안하다는 내색조차 보이지 않는 학생 등등, 여러 무례한 행동들을 범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지적을 하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학생들의 행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예전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하게 교육을 받았던 필자의 학교 생활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물론 지금 대학생들은 예전과 비교해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이며 자기 주장을 펼치는 진보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등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다.

젊은이들이 어른에 대한 공경하는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인사 등의 겉치레가 아니더라도 좋다. 선생님을 가슴으로 존경하고 부모 등 어른들을 공손하게 모시는 습관 등을 학교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면 가정과 사회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경원대 태권도학과 학생들의 바른 인사성은 그런 점에서 타 대학생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할 것이다. 무도를 강조하는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로서 예의범절에 신경쓰고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에서 그들의 모습은 칭찬 받을 만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석학이자 철학자인 버틀란트 러셀이 살아있을 때 그의 연구실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그가 따라 준 찻잔을 두 손으로 정중히 받아들자 깜짝 놀라며 “당신 나라 예법이 그러냐. 당신은 가장 바른 인간 세상을 가르치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원로 철학과 교수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다. 서양 철학사를 저술하고 세계평화운동에 앞장선 서양의 최고 지성인도 손위 사람을 정중히 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경원대 학생들의 참신한 예의범절 자세로 인해 이번 학기 가르치는 보람이 더욱 커질 것 같다. 꿈많은 학생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강의에 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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