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진술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삼청동 회동
당시 외교부·법무부 장관 동석
박근혜·양승태 조사 불가피 관측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강제징용 소송 지연’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을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이로써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의 소환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징용소송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른 법원행정처장과의 회동 결과도 (박 대통령에게)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1일 오전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판결을 뒤집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청와대가 행정부처와 사법부의 대표들을 불러놓고 재판의 독립성 침해가 명백한 ‘거래’를 제안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에서 “국익을 위해서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문제의 삼청동 비밀회동 전, 청와대와 외교부가 수차례 회의를 열고 대법원에 전달할 요구사항을 미리 정해놓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가 강제징용 사건을 둘러싼 상황을 보고하고 박 전 대통령의 참모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회의 후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려 전범기업들이 승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과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같은 내용을 삼청동 비밀회동 전인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자리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정홍원 전 국무총리, 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회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최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해자들 개인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촉발된 그릇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동의 영향 탓인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 2건은 5년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차한성 전 대법관이 삼청동 회동 내용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고 법원행정처가 소송을 미뤄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